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에 따라 미중 갈등이 ‘신냉전’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이어가며 달러 대비 7.5위안에 도달할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홍콩에서는 달러화 수요가 급증하면서 페그제 붕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9일 달러 대비 위안화 중간(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05% 상승(가치 하락)한 7.1316위안으로 고시했다. 고시환율은 12년 만의 최고치인 지난 26일의 7.1293위안 기록을 경신하며 7.13위안대로 올라섰다.
앞서 27일 밤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7.1964위안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2010년 홍콩 역외시장 개설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중국은 지난해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위안화 급락 국면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적극적인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서지 않고 있다. 즉 중국 당국이 의도적으로 위안화 약세 흐름을 방치하는 상황에서 위안화 가치 추락 가능성은 더 커지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7.2위안 돌파는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소수의견이지만 7.5위안 돌파 가능성도 나온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홍콩 금융시장에서 미국달러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홍콩의 글로벌 금융허브 지위 유지의 핵심인 ‘달러 페그제’ 붕괴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홍콩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28일부터 홍콩 환전소에서는 홍콩달러와 위안화를 미국달러나 영국 파운드, 일본 엔 등으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외환 재고가 바닥을 보이고 있다. 한 은행의 고객담당자는 “최근 달러 환전 수요가 현저하게 늘었다”며 “많은 고객이 달러화 정기예금의 혜택 등에 대해서도 문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을 시도할 경우 미국달러 등과 홍콩달러의 자유로운 교환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홍콩은 현재 달러 대비 7.75~7.85홍콩달러 범위에서 통화가치가 움직이는 페그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홍콩 금융관리국은 통화정책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연동해왔다. 미국 경제전문 마켓워치는 “만일 미국이 홍콩 금융당국의 달러화 거래를 어렵게 할 경우 이 지역의 은행을 황폐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은 중국의 홍콩 보안법 제정과 관련해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구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안보리 회의는 회원국이라면 누구나 다양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중국이 원칙적으로 이에 반대할 수 없는 비공식·비공개 영상회의 방식으로 검토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미국은 동일한 주제로 27일 공식 안보리 회의 개최를 요구했는데 중국이 ‘홍콩 보안법 입법은 국내 문제’라며 거부하자 형식을 바꿨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