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여야가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추진해보라”고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지시했다. 단 한 차례에 그친 지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의 뒤를 이을 대화 채널이 가동될지 주목된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문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8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의 오찬 회동에서 강조한 ‘협치를 위한 대화’를 현실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협치의 쉬운 길은 대통령과 여야가 자주 만나는 것”이라면서 “아무런 격식 없이 만나는 게 좋은 첫 단추”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과거에는 뭔가 일이 안 풀릴 때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만나려다 보니 만나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정기적으로 만나서 현안이 있으면 현안을 얘기하고, 현안이 없더라도 만나서 정국을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협치의 제도화’를 재주문하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산적한 국정과제를 신속히 추진하기 위해서다. 지난 2018년 11월 청와대에서 열렸던 제1차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는 한 차례로 그쳤다. 이에 따라 고용보험 확대 적용,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 등의 입법을 위해서는 제21대 국회를 반영한 새로운 협의체가 필요한 상태다.
한편 이날 문 대통령과 두 원내대표와 ‘협치와 통합’을 다짐하는 의미에서 청와대 관저 뒷산의 석조여래좌상 앞에서 함께 합장했다. 문 대통령은 가톨릭 신자, 김 원내대표는 기독교 신자, 주 원내대표는 불자로 서로 다른 종교를 믿고 있다.
앞서 주 원내대표는 “대통령님 것과 김태년 대표님 것까지 같이 준비해 왔다”며 양복 상의에서 봉투를 하나 꺼내 시주함에 넣었다. 이에 문 대통령이 주 원내대표에게 “복 받으시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문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도 협치에 대한 바람을 담아 두 원내대표에게 요리 선물을 전달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당색인 파란색 보자기에 ‘모듬해물사태찜’을 담아 주 원내대표에게 전달하고, 미래통합당의 당색인 핑크색 보자기로 포장한 요리는 김 원내대표에게 선물했다. 강 대변인은 “육류와 해물, 야채 등 모듬 식재료들이 어우러지는 찜요리는 화합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면서 “김 여사는 음식 찬합을 각각 양당의 당색인 파란색과 핑크색 보자기로 감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