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소강상태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이번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세계가 이전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코로나19 이후 변화될 사회 모습은 4차 산업혁명 이후 모습과 묘하게 닮아 있다. 이 세계적 위기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체질 개선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우리 곁에 다가 와 있다. 인공지능(AI)은 바둑 같은 게임은 물론 음성 인식을 통해 회의록을 작성해주거나 안면을 인식해 사람을 구별하는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변화의 진행에 따라 산업 구조가 바뀌고 우리가 아는 직업들은 사라지거나 역할이 달라질 것이다. 필연적으로 닥칠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개인과 국가의 미래를 가를 것은 자명하다. 이러한 격변기에 가장 확실한 투자는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이다. 변화를 이끄는 것은 기계나 AI가 아니라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 혁신이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소위 ‘타다 금지법’에서 보듯이 우리는 기득권과 혁신의 대결에서 대부분 기득권이 승리해왔다. 교육에서도 그렇다.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강의 일변도의 교육에 대한 회의는 진작부터 있었다. 일부 문제의식을 가진 교육자들은 거꾸로 교실 등 새로운 교육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교육 현장에 적용하려고 애쓰기도 한다. 하지만 찻잔 속의 태풍일 뿐이다. 코로나19 사태 전까지 교육부는 대학의 온라인 강의가 전체의 2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었다. 물론 강의 부실화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너무 안일하고 한가한 대처이다. 미국의 조지아공대에서는 지난 2014년부터 온라인 강의만으로 컴퓨터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했는데 1만명 이상을 배출할 정도로 성공적이어서 전기공학 등 다른 공학 전공으로도 확대됐다. 우리의 현실은 그 반대로 지명도가 높은 대학일수록 온라인 강좌가 제한적이다. 초중고교는 더 심한데 절박한 동인이 없었고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기득권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인프라를 갖추는 데 필요한 예산이 없다는 볼멘소리도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지난해 교육 관련 예산 75조2,000억원 중 80%인 약 60조원은 시도교육청에 내려가는 교부금으로, 2015년부터 5년간 20조원 증가했다. 교육청 예산 중 각종 인건비 약 60%를 뺀 나머지에서 학교 증개축 등 시설비 예산은 13조원이나 되는 막대한 금액이다. 최근 학교 근처를 지나다가 공사판을 자주 목격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지난해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교육에 투자한 예산은 시설예산의 1%도 안 되는 1,000억원에 불과했다. 아무리 스마트교육을 외쳐도 정작 예산은 시설 늘리는 데만 쓰인다. 사교육에서 대형 온라인 교육 회사들이 등장하고 외국에서 혁신 교육이 자리 잡을 때 정작 우리 공교육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교육은 교육 현장에서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안이 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온라인교육에 필요한 하드웨어를 갖추는 것만으로 교육의 변화는 일어날 수 없다. 문제는 대면교육을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방법을 바꾸는 것이다. 온라인 콘텐츠는 지식전달의 수단으로 활용하되 그를 이용한 프로젝트 기반 학습이라든가 토론식 수업을 도입해 학생들의 창의성을 함양하고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해야 한다. 지난해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 연설로 유명해진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는 고작 16세였다. 우리의 교육으로 과연 그런 학생이 나올 수 있을까. 지금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 양성에 필요한 교육혁신을 시작할 기회이다. 전면적인 온라인 교육을 촉발시킨 코로나19 사태가 교육에서 혁신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