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금융권에 ‘칼정장’과 유니폼을 벗어던지는 복장 자율화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증권사를 중심으로 불기 시작한 변화가 은행은 물론 금융감독원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모든 직원이 원하는 복장을 자유롭게 입을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행원급 여직원만 입었던 유니폼도 없앴다.
그동안 우리은행에서는 ‘디지털금융그룹’만 자율 복장으로 출근했고 그 외 직원들은 ‘노타이’ 수준의 복장을 착용했다. 그러나 이날부터 완전 자율복장이 가능해졌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고객에게 신뢰와 안정감을 줘야 하는 은행업의 특성상 앞으로도 단정한 차림을 권장한다”면서도 “자율과 책임의 원칙에 따라 최대한 개인이 원하는 복장을 자유롭게 입을 수 있게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대리급 이하 여직원만 입던 유니폼 폐지
우리은행은 행원급 여직원들이 의무적으로 입어야 했던 유니폼도 없앴다. 그동안 대부분의 은행들이 대리급 이하 여직원 위주로 유니폼을 의무적으로 입게 해 성·직급 차별 논란이 많았다. 이에 국민은행이 지난 2018년 9월 유니폼 폐지의 첫 테이프를 끊었고 신한은행도 지난해부터 전 직원의 사복 착용을 허용했다. 국책은행 중에서는 유일하게 KDB산업은행이 2018년 말부터 창구 직원의 유니폼 의무 규정을 없앴다.
이는 직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낼 수 있는 업무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은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 핀테크 기업이 도전장을 내밀며 무한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지난달 25일 전직원에 보낸 e메일에서 “포스트 코로나로 대변되는 언택트(비대면)·디지털화 등 빠르게 변하는 시대 흐름과 세대 변화에 발맞추고, 은행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복장을 자율화하기로 했다”며 “단순히 옷을 자유롭게 입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혁신적인 은행으로 탈바꿈하는 결실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지난달부터 매주 금요일 ‘캐주얼데이’
금감원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달 8일부터 매주 금요일을 ‘캐주얼데이’로 정하고 자율복장을 허용했다. 지난 2월 ‘열린 조직 문화’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금감원은 창의적인 근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고 권위적인 분위기에서 탈피해 자유로운 소통, 토론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금융권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각종 금융권 비리를 파헤치는 금감원 역시 이에 맞춰 변해야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조치였다.
금감원은 매주 금요일에 각자의 시간과 장소, 상황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복장을 입도록 공지했다. 앞서 증권사도 캐주얼데이를 도입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완전 자율복장으로 전환해 금감원 역시 단계적으로 복장 자율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증권사의 경우 KB증권은 지난해 7월부터 지점 직원들의 근무 복장 자율화를 시행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도 지난해 동절기 착용 기간부터 지점 창구 직원들의 복장을 간소화했다. 현대차 증권 역시 지난해 7월부터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자율복장제도를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