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재점화되면서 국내 증시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다. 직접적인 영향은 적을 수 있지만, 단기간 2,000포인트를 넘어서면서 고평가 논란이 시작된 국내 증시에 단기 조정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증권 전문가들은 중·소형주 장세가 적어도 올여름까지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게 봤다. 업종에서는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바이오·헬스케어를 주로 NAVER(035420)와 삼성전자(005930)를 유망 종목으로 추천했다.
31일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9개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대상으로 한 ‘6월 이후 증시 전망’ 설문에서 응답자의 대다수인 8곳에서 미·중 갈등 심화를 국내 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줄 변수로 꼽았다. 미·중 무역 갈등이 지난해와 같이 전면전으로 흘러갈 가능성은 많지 않지만, 단기적으로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증권사들은 의견을 같이했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 19 확산으로 지지율이 하락 중인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미·중 간 갈등을 대선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며 “중국도 강경 대응 입장을 피력하고 있어 앞으로 주식시장의 부담 요인으로 불거질 가능성 늘 존재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이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없애기로 하면서 금융이나 외환시장에서의 충격이 국내 증시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최근 주가가 단기 상승해 고평가 우려가 제기되는 국내 증시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더라도 조정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7일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9.6배로, 20배를 웃돌았던 지난 2010년 4월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코스피 주가수익비율은 코로나19 충격으로 주가가 급락했던 지난 3월 12.1배로까지 떨어졌다가 두 달 새 크게 올랐다. 이 사이 코스피는 저점 대비 39% 급반등했다.
김유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으로 주가가 단기 상승해 주가 조정 가능성이 대내외적으로 나오는 상황”이라며 “직접 상관관계 없더라도 미·중 무역분쟁 과거 사례 생각해보면 고평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주식하락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중 갈등 심화 이외에 증권사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재확산 여부가 증시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변수로 꼽았으며 실물경제 지표 개선 정도와 환율을 비롯한 글로벌 유동성, 그린 뉴딜 등 한국 정부의 재정 정책 구체화 등이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3월 글로벌 증시의 폭락 이후 한국 증시의 반등세를 이끌었던 중·소형주는 당분간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다만 상승동력은 이전보다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2·4분기 실물경제 지표가 발표돼 바닥을 확인할 수 있고 공매도 거래 재개를 앞둔 7~8월까지 중·소형주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다.
코로나 19 확산을 겪으며 그동안 가장 큰 수혜를 입었던 인터넷과 바이오·헬스케어, IT 소프트웨어 업종은 당분간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을 높게 봤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 19사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실적 희소성을 가지고 있는 바이오, 커뮤니케이션, 소프트웨어 업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 19 언택트 수혜주 수혜업종을 잘 골라 베타플레이가 아닌 알파플레이를 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의 추천 종목으로는 NAVER를 꼽는 증권사가 가장 많았다.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 교보증권, KB증권이 NAVER를 추천했다. 신한금융투자는 네이버에 대해 “코로나 19 이후 전 연령대에 걸친 디지털화 수요 확대 수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으며 KB증권은 “글로벌 진출, 네이버페이 및 핀테크 신성장 산업의 장기 성장이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등 업종에서 순환매가 예상되는 삼성전자를 꼽는 증권사는 3곳이었으며 최근 급등하고 있는 카카오(035720)와 삼성SDI가 각각 2곳이었다. 이외에 LG생활건강(051900), LG이노텍(011070), SK(034730), 코스맥스(192820), LG화학(051910), 휠라홀딩스(081660) 등이 증권사들의 추천을 받았다.
/박성호·심우일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