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수주 끊겼는데 대출도 막혀.. 자금 말라가는 수출 中企

코로나 때문에 수출수주 절벽인데

신규매출 없다며 추가 대출 거절

1분기 실적 양호해 정부지원 못받고

보유현금 떨어져 자금난 본격 가중

신보 등 보증확대해 숨통 틔워야

0115A16 기업 1·4분기 필요자금 대비




0115A16 수출기업 수출액 비교


국내 한 수출항구 모습. / 서경DB국내 한 수출항구 모습. / 서경DB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정부가 국가재난지원금 등을 풀면서 내수기업은 그나마 한숨을 돌리고 있지만, 수출기업은 높아진 은행 대출 문턱 앞에서 더 좌절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해외 거래선이 끊기다 시피 한 데다 현지 방문도 어려워 수주 절벽에 몰려 있는데도 은행들은 부실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추가 매출이 있어야 대출이 가능하다며 등을 돌리고 있어서다.

섬유업체 A사 대표는 최근 직원 인건비 등 운영자금과 해외 판로개척 등을 위해 2억원 가량의 자금이 필요해 주거래 은행을 찾았다가 헛걸음질을 쳤다. 창구 직원이 “기존에 나가 있는 대출이 있어 신규 대출은 어렵고, 정 받고 싶으면 신용보증기관의 보증서를 다시 떼 오라”며 거절을 했기 때문이다.


A사는 지난해 매출 40억원 가운데 90%가 해외서 발생해 유망한 수출기업으로 평가받아왔다. 31일 본지와 만난 A사 대표는 “대출 부실위험을 지지 않으려는 은행 입장도 모르는 게 아니지만 “4~5월 수출 물량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은행마저 등을 돌리니 야속하다”고 말했다. A사 대표는 조만간 무역보험공사에서 추천서라도 받아 은행을 다시 찾아갈 생각이다.

A사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코로나19 영향을 모르고 지냈다. 지난 해 수주한 게 있어 그러 저럭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장기화되면서 A사의 사정도 악화됐다. A사 대표는 “작년 말에 수주한 물량이 있어 1·4분기에는 코로나19 영향이 별로 없었는데 사태가 장기화되다 보니 현지를 찾는 것도 어렵고 기존 거래선은 계속 떨어져 나가고 있다”며 발을 동동 굴렸다.


해외 바이어의 물품대금 송금도 계속 늦어지고 있다. 그는 “해외 바이어 100여곳과 통화를 해 봤지만 대부분 집 밖을 나오지 못해 송금 등이 전혀 안되고 있다”며 “(바이어들이) 회사로 나와 업무를 시작한다고 해도 우리 회사랑 다시 일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고, 그때 까지 바이어가 남아 있을 지도 의문”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관련기사



A사는 지난 해에 수주해 놓은 물량 때문에 1·4분기 실적이 나쁘지 않아 코로나19 지원 대상에도 빠졌다.

일부에서는 6월부터 자금만 위기에 몰린 수출기업의 대출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수출기업은 그동안 비축한 자금이 있어서 4~5월까지 은행을 거의 이용(대출)하지 않았다”며 “최근에는 추가 수주 등이 막혀 자금이 고갈된 수출기업들이 6월부터는 더이상 못 버티고 은행으로 몰릴 수 있다는 게 현장의 우려”라고 말했다. ‘수주 감소→실적하락 및 신용등급 하향→은행 대출거절→자금난 심화’의 악순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A사처럼 기존 대출이 있는 기업들은 은행서 추가 대출이 거절될 수 있어 비상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최근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 “괜찮은 기업도 유동자금이 고갈되고 있다”며 특례보증 확대 등의 대책을 요구했다.

하지만 은행 창구에서는 대출 부실책임을 우려해 추가 보증이나 담보 등을 요구하며 소극적이다. 대출 과정에서 중대한 하자가 없으면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창구 현장에서는 전혀 먹혀 들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면책은) 대출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는 하지만 결국 부실이 나면 인사 등의 불이익은 누가 받겠느냐”며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데 뭘 믿고 (기업이) 대출 해 달라는 대로 해 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문제는 시중은행 뿐만 아니라 저축은행들도 대출 문턱을 높이려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기업들의 자금난은 가중될 전망이다. 중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신보나 기보 등을 통한 보증 확대가 현재로선 급한 불을 끄는 효과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종곤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