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여명]경자년 홍콩, 그리고 시진핑과 트럼프의 운명

홍병문 국제부장

국제사회 뒤집어놓은 홍콩보안법에

대선 앞둔 트럼프 연일 초강수 엄포

시진핑은 강력한 리더 이미지 활용

급변하는 국제정세 흐름 주시해야

홍병문 국제부장홍병문 국제부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불똥이 홍콩으로 튀었다. 두 달 반가량 연기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이 통과되면서 홍콩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발칵 뒤집어졌다.


전인대의 관심사는 개막식에서 발표되는 중국의 그해 성장률 전망 등 경제·사회·외교 전략 기조다. 그런데 올해는 중국이 꺼내든 홍콩 보안법 이슈로 상황이 달라졌다. 위기에 내몰린 홍콩인들은 엑소더스를 고민하며 대규모 반정부 집회와 시위를 준비하고 있지만 중국은 힘으로 밀어붙일 기세다. 국제사회가 그토록 비난하는 보안법을 지금 이 시기에 시진핑 정부가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이라는 초강수 엄포를 놓으며 중국을 압박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이슈에 이토록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먼저 올 11월 미국 대선과 맞물린 정치 행보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만이 넘는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로 인한 국민의 불만과 반감을 다른 곳으로 돌려 자칫 코로나19가 자신의 재선 행보에 최대 악재가 되는 것을 피하려 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을 일으켰던 대응 명분인 공정무역 이슈와 달리 홍콩 보안법이 중국을 보다 수월하게 공략할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또 다른 이유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홍콩 금융과 경제가 보안법으로 인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다. 대선을 앞두고 홍콩발 금융위기 확산이 미국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입장에서도 홍콩 보안법 이슈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필연적 수순에 가깝다. 홍콩 보안법 문제는 미국의 압박에 대항하는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를 심어줄 사안이 될 수 있다. 홍콩인의 반발과 금융허브로서 홍콩의 위상 약화 등의 파장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중국 지도부 판단이 이미 서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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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양국의 힘겨루기 측면에서 본다면 불공정 무역에 대한 시각차에서 비롯된 무역전쟁과 달리 홍콩 보안법 이슈는 트럼프와 시진핑 모두 부담이 덜하다는 측면도 작용한다. 무역 전쟁보다 홍콩 보안법 대치전은 그 타격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홍콩인들의 입장은 다르다. 당장 오는 2047년까지 보장된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약속이 휴지 조각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사실은 생존 위협에 가깝다. 일각에서 달러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고 이민을 묻는 문의가 폭주하며 홍콩의 달러 페그제 붕괴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반면 홍콩인들의 패닉과 홍콩 경제 붕괴 가능성은 글로벌 투기 자본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들은 홍콩달러화의 가치를 뒤흔들기 위해 달러 사재기를 부추기고 홍콩 페그제 근간을 흔드는 시도까지 할 수 있다.

이런 정치·경제 역학관계와 조금 결이 다르지만 중화권 안팎에서는 올해가 경자년이라는 특별한 해라는 점을 들어 미중 대치가 세계사의 대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동산 사업가 시절 트럼프의 사업 컨설턴트였던 중국계 풍수학자 푼인(Pun-Yin)은 최근 시진핑과 트럼프의 운이 경자년인 올해로 다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고 한다. 경자년은 아편전쟁 등 과거 60년마다 중국에 격변이 많이 일어났고 풍수적으로도 큰 변화의 기운이 많은 해라는 것이다.

풍수학자의 단순한 예언으로 치부하기에 현재의 글로벌 정세는 시시각각 급변하는 분위기다.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주변국의 정세와 미래를 뒤바꿔놓을 수 있는 포스트 코로나 흐름에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될 때다. 미중 갈등과 분쟁이 우리에게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hbm@sedaily.com

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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