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이슈]'코미디→가요' 영역 확장하는 '개가수'의 세계

개그맨의 다재다능함이 개그계를 넘어 가요계까지 확장되는 분위기다. 이들이 잇달아 ‘가수’라는 새로운 행보에 나서면서 ‘개가수(개그맨+가수)’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과거엔 개그맨의 가수 도전이 실력보다 하나의 웃음으로 그쳤다면, 최근엔 꽤 많은 개가수들이 특유의 재치를 잃지 않으면서도 경쾌한 댄스나 트로트 음악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특히 개가수의 활약은 트로트에서 강세를 보이는 중이다. 특히 MBC 예능 프로 ‘놀면 뭐하니?’가 배출한 유재석의 부캐(부 캐릭터), 트로트 신인가수 유산슬은 큰 화두가 됐다. 그는 ‘사랑의 재개발’, ‘합정역 5번 출구’, ‘이별의 버스 정류장’ 같은 음원을 발표하며 정식 트로트 가수로 데뷔했고, KBS1 ‘아침마당’, SBS ‘영재발굴단’ 방송을 통해 신고식을 치뤘다. 나아가 지난해 MBC 방송 연예 대상에서 신인상까지 거머졌고, 유재석이 아닌 ‘유산슬’로 CF모델에 발탁되기도 했다.

유산슬의 뒤를 이어 등판한 트로트 신인가수 ‘둘째이모 김다비(이하 김다비)’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김신영은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또 다른 자아 ‘김다비’를 구축해냈고, 지난 5월 1일 직장인들을 위한 헌정의 의미를 담은 신곡 ‘주라주라’를 발표했다. ‘회식을 올 생각은 말아주라’, ‘주라주라주라 휴가 좀 주라’, ‘가족 같은 회사 내 가족은 집에 있어요’등 직접적인 노랫말과 중독성있는 멜로디는 큰 인기를 얻었고, 유산슬에 이어 성인가요 음원 차트 1취를 차지했다.



유산슬·김다비 보다 더 일찍 개가수 면모를 보인 이도 있다. 개그맨 김영철은 2017년 트로트 가수 홍진영과 함께 작업한 곡 ‘따르릉’으로 가수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따르릉은 일렉트로트(일렉트로닉+트로트)로, 신나는 멜로디와 반복적인 가사, 김영철의 맛깔스러운 창법이 어우러져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후로도 김영철은 ‘안되나용’, ‘신호등’ 등을 발표하며 흥겨운 에너지를 전하는 동시에 개가수로서 인지도를 넓혔다.

SBS ‘미운 우리 새끼’, KBS2 ‘해피투게더’,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등 예능프로그램에서 꾸준히 얼굴을 내비치며 그룹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마흔 파이브’도 이미 가요계에 데뷔한 개가수다. KBS 22기 공채 개그맨이자 1981년생 동갑내기 친구인 김원효, 김지호, 박성광, 박영진, 허경환은 한 팀을 이뤄 지난해 싱글 앨범 ‘두 번째 스무살’을 발표하고 본격 가수활동에 나섰다. 김영철에 이어 마흔 파이브도 홍진영의 프로듀싱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개그맨 권영기는 본업인 개그맨보다 ‘미스터트롯’으로 주목받은 후, 개가수 대열에 합류했다. 영기는 신곡 ‘동네오빠’로 인기를 얻고 있으며, 유쾌한 에너지와 친근한 이미지로 트로트 가수로서 입지를 다져나가는 중이다. 그 밖에 쌍둥이 트로트 듀오 윙크, ‘미스트롯’ 5위를 차지한 개그우먼 겸 트로트 가수 김나희, 지난해 첫 트로트 앨범 ‘전기뱀장어’를 내놓은 손헌수, 유산슬을 패러디해 ‘유산균’으로 변신한 정범균, 최근 신곡 ‘장모님’을 발표한 김경진 등도 개가수로 활약중이다.

개가수로의 재데뷔를 알린 이들도 있다. 2006년 SBS ‘웃찾사’가 낳은 개그그룹 ‘나몰라패밀리’는 APMG(아시아태평양뮤직그룹 ASIA PACIFIC MUSIC GROUP)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가요계에 출사표를 던졌다. 정시웅 뮤직비디오 감독을 멤버로 영입해 4인조 그룹으로 재정비한 이들은 개그그룹 타이틀을 벗고 이제 막 데뷔한 신인으로서 지난 달 말 신곡 ‘여름 앞에서’를 발표했다.

15년 전, 1집 정규앨범 ‘아나까나’를 발표하고 가수로 활동한 바 있는 개그우먼 조혜련은 트로트 가수로서의 활동을 예고했다. 그는 설운도, 문희옥 등 다수의 트로트 가수들이 소속된 기획사에 둥지를 튼 후 “트로트에 아주 관심이 많다. 앞으로 장르를 가리지 않고 도전할 계획”이라며 “가수 활동으로 새 전성기를 이끌어 갈 준비 중임”을 밝혔다.

이처럼 개가수들은 개그맨이라는 고정관념, 코미디라는 제한된 분야에서 벗어나 음악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선보이고 있다. 음악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할 수 있는 ‘개가수’만의 무기로 색다른 도전에 나선 이들. 이들의 적극적인 활약이 대중들의 눈과 귀를 더 즐겁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