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주식농부' 박영옥 "동학개미, 일시적 아닌 자금 大이동 신호탄”

[고수에게 듣는다]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

과거 경제위기 금융,실물서 비롯

이번엔 코로나로 머니무브 촉진

'동학개미' 명칭 긍정적 인식주며

'좋은기업' 투자에 오히려 기회

금융당국도 장기투자 활성화위해

거래세없애고 세제헤택 늘려줘야




“‘동학개미운동’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실물자산에서 금융자산으로 가는 ‘자금 대이동’의 시발점입니다. 개인투자자의 장기투자 문화 확산의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영옥(사진) 스마트인컴 대표는 최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최근 개인투자자의 증시 유입을 새로운 자금흐름의 변화로 규정했다. 박 대표는 국내에서 ‘장기 투자의 대부’로 통하면서 ‘주식농부’라는 별명을 얻었다. ‘어떤 계절이 와도 농사를 짓는 농부처럼 경기와 상관없이 좋은 기업을 발굴하고 그 기업에 장기적으로 투자해 기업과 성과를 공유하라’는 그의 ‘농심(農心) 투자’ 철학 때문이었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에게 “경기 호·불황과 관계없이 좋은 기업과 동행하라”고 꾸준히 강조해왔다.


박 대표는 올해 상반기 장세에 대해 “과거 경제위기는 금융이나 실물 부문에서 비롯됐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성장사회에서 수축사회로 접어드는 과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폭제가 돼 주가가 50% 이상 떨어지는 일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동시에 개인투자자들의 ‘머니무브’를 촉진하면서 증시에 긍정적인 시사점을 남겼다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박 대표는 “코로가19가 아니었어도 시대 흐름 상 어떻게든 증시로 넘어올 돈”이라면서 “이에 더해 ‘동학개미운동’이라는 단어가 긍정적인 인식을 줬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박 대표는 국내 주식시장을 단순 ‘투기게임’으로 인식하던 우리 사회에 반추할 계기를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동학개미운동’이라는 단어가 가진 역사적 함의에 주목했다. 박 대표는 “조선 시대 때 동학은 외세와 관료의 폭정에 저항했다”며 “동학개미라는 표현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 현실과 똑같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가 ‘가치투자’ 대신 레버리지 투자 등 ‘투기성 투자’에 나서도록 촉진한 것이 기관·외국인·금융당국 등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거래소·증권사·자문사·자산운용사 그리고 이를 감독하는 금융당국 등 플레이어 중심으로 운영돼왔고 그 결과 자금흐름이 액티브펀드에서 패시브펀드로 이동해 해외에 직접 투자하려는 경향이 나타났다”며 “우리 시장은 우리가 지킨다는 생각을 갖고 역사적 경험을 통해 (동학개미의) 자금이 들어왔다고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코로나19가 꾸준히 ‘좋은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에게 역으로 기회를 마련해줬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박 대표는 “어려울 때 1등 기업은 그 어려움 자체를 즐긴다. 이후 경기 회복 해법이 나오면 곧바로 크게 확장하기 마련”이라며 “세상의 변화를 읽는 사람들이나 증권시장을 통해 다양한 사업 기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코로나19로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동학개미’로 불리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그러한 역할을 해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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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좋은 기업’을 △비즈니스 모델이 좋은 기업 △좋은 경영자가 운영하는 회사라고 꼽았다. 특히 박 대표는 경영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상장사의 가장 큰 특징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지 않은 곳이 많다는 것”이라며 “경영자가 주주와 상생하고 서로 신뢰하면서 사회적으로 공익을 구현하는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는지를 가장 먼저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로 자본주의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는 점을 기업·주주·정부 모두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는 “현재 기업들이 성공하려면 소비시장을 주도해야 한다”며 “그러나 이는 오너 한 명만의 생각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직원·소비자와 회사의 비전을 함께해야 멀리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지 않다”며 “지배주주나 경영자의 의도에 따라 주가의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도 지적했다.

이는 장기투자자 입장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을 뛰어넘을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는 결국 투자기업에 관해 꾸준히 공부하고 발품을 파는 것밖에는 답이 없다고 강조한다. 특히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소통은 단순히 회사 사장, 최고재무책임자, IR 팀장을 만나는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라며 “그보다도 그 기업에서 만드는 재화를 이용해본다든지 다른 친구에게 회사에 대해 물어본다든지 그 회사 주변의 이발소나 목욕탕 등을 직접 다녀보는 등 여러 정보를 취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기업’에 투자하라는 그의 조언도 귀 기울일 만하다. 삼성전자 같은 초대형 기업에 아예 투자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단순한 기업일수록 사업 모델을 ‘온전히’ 이해하기도 쉽고 아울러 ‘동행’하기도 쉽다는 의미다. “온전히 알 수 없는 기업이라면 투자하지 말라”는 것이 박 대표의 지론이다. 그러나 삼천리자전거에 투자할 경우에는 “자전거에 대해서만 생각하면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금융당국 역시 소액주주의 장기투자가 더 원활해질 수 있게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증권거래세를 아예 없애고 양도소득세를 전면 확대하되 장기투자자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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