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은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국내 복귀(유턴)를 촉진하고 세제 지원 제도를 전면 개편해 투자를 활성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유턴기업’으로 인정돼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투자세액공제 대상을 토지·건물·차량 등 일부 자산만 배제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재계에서는 정부의 이번 대책에 대해 “감염병 쇼크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전향적인 방안”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향후 세법 개정을 통해 최소 10% 안팎의 파격적인 공제율을 적용해야 투자 효과를 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R&D비용도 ‘유턴 지원’ 기준에 포함
우선 유턴기업 유치를 확대하기 위해 조세특례제한법상 세제 지원 기준인 해외 사업장 감축 요건이 폐지된다. 기존에는 해외 사업장의 생산량을 50% 이상 줄인 경우에만 소득세 또는 법인세를 최초 5년간은 100%, 이후 2년간은 50% 감면해줬다. 하지만 앞으로는 해외 생산량을 줄인 만큼 그에 비례해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해외 사업장을 청산하거나 축소한 뒤 국내 사업장을 신설한 경우에만 세금혜택을 제공하던 기준도 크게 완화했다. 해외 사업장에 대한 조치 여부와 상관없이 국내 사업장을 증설하기만 하면 증설로 발생한 사업소득에 세제 지원을 하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입지와 보조금 지원도 강화된다. 유턴기업에 대해서는 공장총량제(제조업의 과도한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공장 설립을 제한하는 제도) 범위 안에서 우선 배정하고 항만 배후단지의 입주 기준은 ‘매출 중 수출입액 30%’에서 ‘20%’로 완화한다. 또 유턴기업이 산업단지에 입주할 경우 분양 우선권을 부여하고 입주 업종의 변경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규제 완화 방안도 마련됐다.
유턴기업에 지급하는 보조금 규모는 최대 두 배로 확대된다. 기존에는 입지와 시설 투자에 대한 비용만 지급됐으나 여기에 이전비용 지원까지 추가되면서 기업당 보조금 한도가 현행 100억원에서 비(非)수도권은 200억원으로, 수도권(첨단산업 한정)은 150억원으로 늘어난다. 아울러 유턴기업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스마트 공장 및 로봇 보급사업 지원 규모도 3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통해 확대한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연구개발(R&D)센터를 유치하기 위한 방안도 포함됐다. 기존에는 제조업 중심의 해외 생산량을 25% 이상 축소하고 국내에 R&D센터를 설립한 경우에만 유턴에 따른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R&D 비용’을 기준 요건에 추가해 R&D센터 유치를 촉진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연간 R&D 비용이 100억원 이하인 경우에는 ‘생산량 20% 감축’, 100억~1,000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생산량 15% 감축’, 1,00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생산량 10% 감축’ 요건을 충족하고 국내에 R&D센터를 만들면 정부 지원을 받게 된다.
“정책효과 보려면 10% 파격공제 필요”
정부는 이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6조2,000억원 규모의 기업 투자 프로젝트도 신규 발굴했다. 우선 하림그룹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터미널과 유통상가, R&D 시설을 아우르는 첨단물류단지를 조성한다. 올해 하반기에 개발계획 심의에 돌입하는 이 프로젝트에는 5조7,000억원이 투입된다. 이와 함께 광주 전자상거래 물류센터(쿠팡)와 경남 밀양 수출용 식품생산 공장(삼양식품)이 각각 2,000억원 규모로 건립된다. 한양은 전남 여수의 액화천연가스(LNG) 저장시설 증설에 1,000억원을 투자한다.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시설투자의 일정 부분을 세금에서 깎아주는 세액공제제도도 전면 개편된다. 생산성 향상 시설, 환경보전 시설 등 칸막이처럼 9개로 나뉜 시설투자세액공제를 폐지하는 대신 이를 중소기업 투자세액공제와 통합한 제도를 신설한다. 대상 범위 역시 기존의 ‘특정 시설 열거방식’에서 모든 사업용 유형 자산을 허용하되 토지·건물·차량 등 일부만 배제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뀐다. 당해 연도에 대한 기본 공제는 물론 ‘직전 3년 평균’보다 투자를 많이 한 경우 증가분에 대한 추가 공제도 적용한다. 지난 2011년 말 폐지된 임시투자세액공제의 경우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5%의 공제율이 적용됐으나 이번에 신설되는 ‘통합투자세액공제(가칭)’는 대·중견·중소기업에 공제율을 차등 적용할 예정이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 공제율과 추가 공제율은 향후 세법 개정안을 통해 확정된다. 김현수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세액공제 개편 방향은 투자 수요를 창출할 만한 대책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정책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최소 3년 등 한시적인 기간을 못 박더라도 10% 안팎의 파격적인 공제율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