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7년 파킨슨병이 질환의 하나로 규정된 이래 200년이 넘도록 해법은 없었다. 일부 치료제가 나오긴 했으나 병의 진행을 늦추는 수준일 뿐이다. 세계 약 100만명이 앓고 있는 파킨슨병에 대해 완치의 가능성을 연 것은 약 20년에 걸친 한 과학자의 집념어린 연구 성과였다. 신체의 어떤 부위로도 변신할 수 있는 일명 ‘만능 줄기세포’가 비장의 무기였다. 그 주인공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박사 출신의 김광수 미국 하버드의대 교수다.
김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환자 자신의 체세포(피부세포 등)를 만능 줄기세포로 되돌리는 역분화를 일으킨 뒤 이를 다시 파킨슨병 치료에 필요한 도파민 분비 신경세포로 바꾸는 것이다. 파킨슨병은 뇌속 도파민 분비세포 사멸로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줄기세포로 복원하려 한 것이다. 이 과정은 매우 까다롭다. 우선 체세포를 줄기세포로, 줄기세포를 다시 도파민 분비세포로 전환하려면 해당 역분화 및 분화가 일어나도록 유도하는 물질을 유전자에 주입해야 한다. 기존 연구자들은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이용해 역분화와 분화를 유도했는데 이 방법은 자칫 우리 몸의 정상적인 유전자를 파괴할 수도 있고, 이상한 단백질을 우리 몸에서 생성하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김 교수팀은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아니라 인체에서 도파민 세포를 만드는 중요한 전사인자를 넣는 방식을 사용해 이 난제를 풀었다.
또 다른 난제는 줄기세포가 도파민 세포로 분화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분화가 안돼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세포들을 걸러내는 것이다. 김 교수팀은 줄기세포와 분화세포간 특성이 다르다는 점에서 해법의 실마리를 찾았다. 분화가 제대로 안된 특성의 세포만을 선별해 죽이는 약물로 정상적인 도파민 분비세포만을 정제해 이를 환자의 뇌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김 교수 연구 기술의 연원은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신야 야마나카 교수의 ‘유도만능 줄기세포(iPS)’제조 기술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런데 정작 원조격인 신야 교수는 해당 기술의 상용화를 포기하다시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 본인의 체세포로 줄기세포를 만들고 이를 다시 치료용 세포로 분화시키는 과정에서 실패위험이 높고 비용이 많이 들어서였다. 결국 신야 교수는 환자 본인이 아닌 타인의 체세포를 활용한 방법으로 방향을 전환했는데 김 교수는 원조마저 포기한 기술의 한계를 하나하나 극복해 임상에 성공한 것이다.
김 교수 연구 성공의 드라마에는 공동주연이 있다. 그의 임상피험자로 나선 69세의 말기 파킨슨병 환자다. 성명은 조지 로페즈(George Lopez). 의사 출신으로 의료기기사업을 해 떼돈을 번 재력가다. 그는 직접 김 교수에게 연락을 해 연구비를 지원했다. 또한 “나는 치료 안되도 된다. 그러나 나와 같은 사람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신체를 임상시험용으로 맡겼다고 한다. 다행히 임상이 성공하면서 거동이 거의 불가능했던 그가 현재는 수영을 하고, 자전거를 탈 정도로 운동능력을 회복했다.
김 교수는 ”향후 안정성과 효능성 입증을 위해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이 필요하며 FDA의 승인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10여 년 정도 후속 연구를 계속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맞춤형 세포치료가 파킨슨병 치료를 위한 또 하나의 보편적인 치료 방법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KAIST 생명과학과의 김대수 교수는 “김광수 교수는 한국과학자들이 이 분야의 기술을 선도했으면 하는 꿈을 갖고 있어서 KAIST와 공동연구를 통해 기술 상용화를 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