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역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을 계기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화염과 분노에 휩싸인 미국 수도 워싱턴DC에 결국 군 전투헬기가 투입됐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밤 워싱턴DC 차이나타운에서 육군 소속 블랙호크(UH-60) 한 대가 ‘건물 높이 수준’(Rooftop level)으로 낮게 비행했다고 보도했다. 저공비행으로 각종 잔해와 나뭇가지 등이 날려 시위대가 맞을뻔했다고도 전했다.
블랙호크는 아프가니스탄전쟁 등에 투입됐던 공격용 헬기다. NYT는 블랙호크와 함께 라코타헬기(UH-72)도 저공비행 등으로 적을 겁주는 ‘작전기동’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라코타헬기 기동에) 시위대가 재빠르게 주변으로 흩어지자 몇 분 후 블랙호크가 다른 경로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현장의 NYT 기자는 군 헬기가 시위대 바로 위에서 거센 바람을 일으키며 제자리 비행을 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워싱턴DC에 폭동과 약탈을 막기 위한 군대가 배치되고 있다고 밝혔다.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브래그 기지에 주둔해있던 군사경찰 200~500명이 워싱턴DC에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5개 주의 주 방위군 600~800명이 워싱턴DC로 보내졌다고 보도했다.
워싱턴DC를 포함해 백인 경찰관의 가혹 행위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46)를 추모하고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날에도 미국 곳곳에서 7일째 이어졌다. 뉴욕에서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브루클린에서 행진했다. 뉴욕 당국은 경찰을 증원해 배치하고 통금을 어기는 사람은 체포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또한 맨해튼에서는 산발적으로 약탈 행위가 발생해 노드스트롬 백화점을 포함해 많은 상가의 창문이 깨지고 파괴됐다.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도 수백명의 시위대가 주요 도로를 차단하자 경찰이 최루탄을 뿌리며 대응에 나섰다. 애틀랜타 CNN 본사 앞에서도 시위대가 ‘정의 없이는 평화도 없다’ 등의 구호를 평화롭게 외쳤으나 통행금지 시간 이후에도 시위가 계속되자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해산에 나섰다. 애틀랜타 경찰은 이날 5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동상을 무너뜨리려 시도하자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했다. 경찰은 이후 평화 시위대를 향해서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사과했다. 이날도 애리조나주가 주 전역에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린 것을 비롯해 워싱턴DC와 뉴욕, 로스앤젤레스(LA),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덴버, 마이애미, 올랜도, 애틀랜타, 디트로이트, 신시내티, 필라델피아 등에 통행금지가 발령됐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벌어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도 마찬가지다. 필라델피아 경찰은 지난달 30일 이후 약탈·절도 혐의로 146명, 경찰관 폭행 혐의로 7명, 총기류 위반 혐의로 3명 등을 체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