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으로 미국 전역이 항의 시위로 들끓자 미국 주식·펀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의 확산이 다소 줄어들고 경제 활동이 재개될 것이란 기대감에 미국 시장은 상승 랠리를 펼쳤지만 이번 시위 사태로 경제 회복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는 양상이다. 시위 변수는 단기적인 영향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많지만 올해 미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특히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를 보일 경우 예상보다 큰 충격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북미 주식형 펀드에는 올 연초(1일 기준) 이후 3,618억원이 순 유입한 것으로 집계된다. 해외 주식형 펀드를 지역 및 권역별로 분류할 때 올해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린 유형이다. 반면 중국펀드는 약 5,500억원이 빠져나갔고 베트남(-547억원), 일본(-231억원) 등도 설정액이 줄어드는 양상이다.
미국 주식 직구족도 크게 증가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보면 올해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사고 판 규모는 453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2019년 1년 간 거래규모(286억달러)를 훌쩍 뛰어 넘는 수준이다.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은 성과에 근거한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 S&P 500지수는 1일 3,055.73을 기록하면서 올해 3월 저점(2,237.40) 대비 약 36% 올랐다. 이에 북미 주식형 펀드도 올 연초 이후 수익률이 평균 1.23% 수준으로 집계되는데 이는 해외주식형 펀드의 평균 성적 -4.12%를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코로나19가 글로벌 증시를 끌어내리며 중국 펀드(-3.31%), 베트남펀드(-8.69%), 인도펀드(-22.00%) 등 주요 해외 펀드가 아직 마이너스 구간에 머물고 있는 것과 크게 대조된다는 지점이다. 미국 ‘팡(FAANG 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마가(MAGA :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 등으로 불리는 주요 기업들이 미국 증시 상승장을 주도하고 있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도 이들 기업들의 성장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몰리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높인 것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다만 최근 미국시장의 부담은 늘어나는 분위기다.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을 계기로 시작했던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번지면서다. 특히 인종 차별과 과잉 공권력 등의 문제를 제기했던 시위가 점차 폭력양상을 보이고 미국 소매점 등에 타격을 주자 경제 재개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는 모습이다. 여기에 시위의 확산으로 코로나 19가 다시 번질 것이라는 우려는 시장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폭동 저지를 위해 군대도 동원할 것”이라고 경고하자 투자 심리는 급속도로 위축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1일 상승으로 장을 끝냈던 뉴욕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 이후 주가지수선물이 하락으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이번 사태가 우려보다 단기적인 영향에 머물 것으로 전망한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시위 확산 및 미중 마찰 우려에 대한 반영은 미미하다”며 “시위는 단기적 이벤트로 잠잠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도 이날 마틴 루터킹의 암살 사건과 홍콩독감 등의 우려가 있던 1968년 미국 증시는 결국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펀드스트랫 글로벌 어드바이저의 톰 리 연구원은 “1968년은 미국을 뒤흔든 해였지만 주식시장은 견실한 실적을 거뒀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과 갈등이 커지던 시기에 미국 내 문제가 터졌고 특히 올 연말 예정된 미국 대선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어 투자자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이번 시위확산은 현재 미국이 처한 상황과 맞물려 새로운 변수”라며 “미국은 중국과 패권경쟁을 재개했고 코로나 19 와의 전쟁에서도 아직 승리하지 못했는데 설상가상으로 시위로 코로나19 가 재확산되면 경제활동 재개 기대감을 갖고 있던 금융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