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 해제 ‘최후통보’를 묵살한 가운데 정부가 추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카드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우리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 재개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일본 정부 압박에 나선 모양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정례브리핑에서 “지난해 11월 ‘지소미아의 효력을 언제든지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우리가 협정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한 상황”이라며 “수출규제 조치 철회를 우리가 계속 촉구하는 만큼 논의 동향에 따라서 (지소미아 종료도)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반발을 감안해 당장 지소미아 종료 조치까지는 이행하지 않지만 일본의 태도에 따라 언제든 유효한 압박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해 해 8월 일본 측에 지소미아 종료를 통보했다가 미국 측은 강한 반발은 산 바 있다. 이에 같은 해 11월22일 WTO 제소 절차 중지와 함께 지소미아 종료 효력을 유예했다. 이 때문에 당초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카드까지 검토할 가능성은 낮게 점쳐졌으나 예상을 깨고 초강수까지 염두에 두는 분위기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말까지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취한 3대 품목 수출 규제와 백색 국가(수출 절차 우대국) 명단인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에 대해 입장을 밝히라는 최후통보를 보냈다. 하지만 일본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에 대해 WTO 제소 절차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이날 밝혔다.
우리 정부는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판결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는 무관한 사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일본은 (강제징용 판결 문제부터 해결하라는) 얘기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오히려 국내에서 그런 취지의 말이 나왔다”며 “일본은 다른 이슈로 한국에 경제보복을 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