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지난 3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매출절벽에 몰린 저신용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1,000만원의 급전 대출을 시작했다. ‘코로나대출’이었다. 저신용(신용 7등급 이하) 소상공인은 고신용자에 비해 코로나19 충격을 훨씬 크게 받아 우선적으로 대출을 해준 것이지만, 연 1.5%도 안되는 초저금리에 현금 여유가 있는 소상공인은 물론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고신용 자영업자들도 한꺼번에 전국 16개 소진공 센터를 찾으면서 ‘마스크 대란’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대출신청 수요가 폭증하자 심사하는 데만도 2~3개월이 걸렸다. 이러는 사이 정말로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 소상공인들은 하루 하루 버티기가 더 어려워졌다.
반발도 컸다.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다 보니 전날 밤 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고, 당일 새벽에 소진공 센터에 도착해도 이미 마감이 되는 일이 반복됐다. 정부가 초저리 대출을 해 준다고 하니 가수요가 폭증한 것이다. 여론의 비판도 커졌다. 대출신청 홀짝제도 도입했지만 소진공 센터 앞 긴 줄은 좀체 줄어들지 않았다. 급기야 중소벤처기업부가 나서 국세청과 금융위원회 등 유관 부처와 협의해 은행서도 소상공인의 신용등급을 실시간 확인하고 대출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숨통이 틔었다. 정부가 좀더 정교하게 소상공인 자금지원을 계획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코로나대출 대란의 중간에 소진공이 있었다. 욕이란 욕은 다 먹었다. 소진공 센터 직원들은 줄을 섰다 헛탕을 치자 화가 난 소상공인으로부터 온갖 험악한 말을 들어야 했다. 센터 문 앞에는 ‘욕설금지’라는 경고문을 붙여 놔야 할 정도였다. 소진공 센터가 먹을 욕이 아니지만 여론에 휩쓸려 더 많은 욕을 먹었다.
소진공 센터 직원들로는 불가항력이었지만 소상공인의 절박함을 외면할 수 없었던 조봉환 소진공 이사장은 전국 지역본부와 소진공 센터, 전통시장 등을 일일이 찾기 시작했다. 코로나대출을 못 받아 불안해 하는 소상공인에 “기다려 달라”고 진정시키거나 다른 해법을 찾아주기 위해서다. 코로나 대출이 시작된 2월 중순부터 4월 초까지 두 달 만에 조 이사장이 차로 주행한 거리는 1만여Km를 넘는다. 전국 지역본부를 12번, 소상공인센터를 60번 넘게 방문했다. 전통시장은 30번 가까이 찾았다. 집무실은 ‘상담 창구’가 됐다. 수원센터에는 한밤에 찾아가 ‘코로나 대출’ 현장을 직접 살피기도 했다. 현장서 만나는 소상공인들에게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수천번 했다. 한 기관의 장(長)으로 체면을 차릴 법도 하지만 코로나로 장사가 안돼 절망해 하는 소상공인들 앞에서는 ‘사치’로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야근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는 센터 직원들을 위해 늘 차에 홍삼과 귤을 싣고 다니며 전달했다. “힘들지만 버텨달라”는 말과 함께.
전국을 강행군하다 보니 잠은 늘 부족했다. 조 이사장은 한달 동안 하루에 2~3시간 정도 눈만 붙였던 일도 많다. 매일 옷만 갈아입고 나온 셈이다. 입술도 성할 날이 없었다. 힘들어 튼 입술이 나을 때쯤 다른 쪽이 터지는 일이 연속됐다. 그러는 사이 조 이사장의 검은색 머리카락은 백발로 변했다.
소진공 코로나대출의 24%는 시중은행 등 1금융권을 이용하기 어려운 저신용 소상공인에게 지급됐다. 여전히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저신용 소상공인에게 한 두달 버틸 수 있는 ‘단비’를 제공했다는 데 대해 만족해야 했다. 조 이사장은 본지가 공식 인터뷰를 요청하자 “소상공인에게 원활한 대출이 이뤄지지 못한 것을 생각하면 죄송한 마음 뿐”이라며 한사코 뿌리쳤다. 코로나19 위기에 대처한다고 모두가 말은 하지만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전화로 현장 상황을 닦달만 하는 ‘고위공무원’들이 한번 쯤은 배워야 할 귀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