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현정택의 세상보기] 역대 최대 추경이 의미하는 것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3차 추경에 35조 들어가는 건

코로나 충격 심각하다는 방증

임시방편 일자리 만들기 대신

통상협력 등 주요과제 풀어야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부와 여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3차 추경안을 마련했다. 이번 추경은 외환위기 때의 14조 원,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28조 원을 넘어 단일 추경으로 최대인 35조 원 규모라고 한다. 추경에 의한 경기 부양 기대감이 일고, 수혜 종목이라는 디지털과 그린 뉴딜 관련 주가도 들썩인다.

하지만 추경 규모가 전례를 뛰어넘는다는 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정말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취업자는 50만 명 가까이 줄었으며, 일시휴직자도 100만 명 이상 늘었다. 수출은 두 달 연속 20% 이상 감소했으며, 물가상승률도 마이너스로 전환돼 경기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

추경 소요 재원 대부분은 국채를 발행하여 조달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추경이 국가부채 급증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동반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국가 채무비율은 지난해 37%대에서 올해 2차 추경까지의 결과로 41%대로, 3차 추경이 더하여지면 45%대까지 상승한다. 코로나 극복을 위해 다른 나라도 대규모 적자 재정을 펼치고 있고 한국의 부채 비율이 낮은 게 사실이나, 우리나라가 미국 등 기축통화국처럼 국채를 양껏 발행할 형편은 되지 못한다. 유럽연합(EU) 창립 멤버이며 G7 회원국인 이탈리아조차도 국채 신인도가 추락해 애를 먹는 일이 종종 있다.


최대 규모라는 3차 추경의 상당 부분은 이미 펑크가 난 돈을 메우는 데 쓰인다. 올해 경기 침체로 원래 예산보다 세금이 상당히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번 추경 중 10조∼12조 원은 이 세수 부족을 충당하는 데 들어간다. 실업자 급증으로 고용보험기금도 바닥나 3조∼4조 원 정도 채워줘야만 한다. 사실 앞서 추경을 편성할 때 정부가 이러한 소요 중 일부를 반영해 요구했으나 국회 심의과정에서 나중으로 미뤄놓았다. 따라서 3차 추경으로 실제 추가되는 경기 부양 효과는 20조 원이 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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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코로나 관련 추경 중 대다수 국민이 체감으로 효과를 느낀 건 2차 추경으로 나눠준 재난 지원금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이란 단일 사업에 지방비를 포함해 14조 3천억 원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3차 추경은 직접 일자리 만들기, 특수 고용직 안전망 구축, 소상공인 지원, 노후 공공시설 스마트화 및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그린 뉴딜 등 여러 사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비용의 지출이라는 추경 고유목적에 더해 사회안전망 제도 개선과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라는 미래지향적인 목표를 다 담고 있는데, 제대로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예를 들어 추경에 3조5,000억 원을 들여 55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 있는데, 기존 예산에 있는 노인을 포함한 90만 개의 단기 일자리 사업과 중복된다. 60대를 제외한 거의 전 연령층에서 인구가 정체 또는 감소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임시방편의 일자리를 만들기보다 현재 고용을 유지하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아울러 코로나19 상황 개선에 따라 신규진입 인력의 정상 채용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3차 추경을 준비하며 올해 경제전망을 발표했는데, 플러스 경제성장률 달성과 현재 취업자 숫자를 유지한다는 목표가 눈에 띈다. 행여 국가재정으로 이를 꼭 지키겠다는 생각이면 잘못이다. 매년 성장률 목표를 발표해오던 사회주의 중국도 올해는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올해 추경은 이번이 마지막이 돼야 한다. 코로나 19 이후의 재정의 역할은 내년 예산에 반영하고 규제 완화, 기업환경개선, 통상협력 등 산적한 중요 과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송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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