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글로벌 삼성’의 토대였던 지역전문가제도가 전면 재검토되고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는 최근 사내게시판(인트라넷)에 2021년도 지역전문가를 선발하지 않겠다고 공지했다. 그룹차원에서 진행하는 지역전문가 선발 및 파견업무가 멈춘 것은 IMF 외환위기가 터졌던 지난 1998년 이후 22년 만이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선발됐지만 코로나19로 상반기 내 출국이 어려워진 예정자들을 내년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 따라 재개하겠다고 통보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임직원의 안전을 위해 취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힌 지역전문가제도에 대해 삼성 내부에서는 달라진 글로벌 환경에 따라 존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도를 도입했을 때만 해도 여행을 위해 출국하는 국민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해외여행 출국인원은 연간 2,870만여명.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도 크게 달라졌다. 이 때문에 선도기업이 해야 할 일을 새롭게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그룹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무측면에서도 해외 유수 대학을 졸업한 인재들이 삼성그룹에 포진하는 상황에서 ‘굳이’ 1억원 이상을 투자해 추가 교육할 필요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지역전문가로 선발되는 인원은 연간 400여명. 해마다 계열사 상황 등에 따라 파견 규모는 조금씩 다르지만 그들의 급여를 제외해도 최소 400억원이 들어간다. 파견직원의 안전을 위해 숙소를 최상위로 잡아주는 등의 세심한 배려를 제공하고 있어 인당 1억5,000만원 이상 소요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지역전문가 파견으로 삼성 계열사들이 취할 수 있는 실익도 줄어들고 있다. 당초 이 제도는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현지에 완전히 녹아든 삼성인을 키워낸다는 데 목적이 있었지만 이미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상황에서 진부한 인사제도라는 지적이다. 삼성전자(005930)만 보더라도 경기도 수원의 본사 외에 미주·유럽·아시아·아프리카 등에 216개 해외 종속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올 1·4분기 삼성전자의 해외 매출은 34조8,167억원으로 국내 매출 5조2,712억원에 비해 7배 가까이 크다. 기업인지도가 낮은 탓에 현지채용에 애를 먹어 본사 파견인력을 바탕으로 생산과 영업망을 성장시켜야 했던 1990년대와 같은 선상에서 인력운용을 할 근거는 희박해졌다.
삼성그룹은 ‘글로벌 삼성’의 배양토였던 지역전문가제도의 정신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대전제 아래 새로운 인재육성 방법을 찾고 있다. 특히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선언한 ‘뉴삼성’ 비전에 발맞춰 사회와 소통하고 상생하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할 것으로 전망된다. 석학부터 학생까지 한자리에 마주한 인공지능(AI) 포럼이나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채용프로그램인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SW) 아카데미처럼 대내외적 메시지가 뚜렷한 제도가 참고 사례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