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변화될 세계를 주목하는 가운데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초점을 맞춘 투자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사회적 습관을 강제적으로 변화시키면서 자산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이에 지난해 채권·부동산 등 이른바 안전형 자산에 큰 비중을 뒀던 운용사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언택트(비대면), 초저금리, ‘동학개미’ 등으로 포인트를 옮겨가는 양상이다.
◇포스트 코로나, 대세는 언택트=운용사들이 최근 가장 집중적으로 출시하는 펀드의 테마는 단연 언택트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실천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기로 비대면이 생활 방식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비대면 생활 방식은 단기적인 유행에 그치는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일상이 될 것으로 내다보며 투자의 보폭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온라인 쇼핑,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배달 산업 등 일상과 밀접한 업종에서 5G·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영역을 포괄해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비대면 의료 산업도 투자의 중심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BNPP코리아신경제’ 펀드와 ‘삼성 언택트코리아 펀드’가 앞서 출시됐다. 이 상품들은 국내 주식형 펀드로 한국 산업을 주도할 업종을 골라 투자하던 기존 펀드를 언택트 테마에 맞춘 전략으로 재구조화됐다. 이후 ‘미래에셋글로벌넥스트노멀펀드’와 ‘한화글로벌언택트펀드’도 최근 나왔다. 이 펀드들은 특히 미국·중국 등 글로벌 기업 중 코로나19 이후 세계에서 성장할 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주식형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이에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의 아마존, 중국의 ZTO익스프레스 등으로도 투자할 수 있다. 또 해외 주식펀드들은 연보수(A클래스 기준)는 1.55~1.572%로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1.225~1.480%)보다 다소 높다.
◇초저금리 시대, 주목받는 인컴 자산=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각국이 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리고 돈 풀이에 나서면서 은행 이자보다는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주는 상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에 채권·고배당주·리츠 등 고정 수익이 나오는 인컴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도 잇따라 나왔다. 코로나19 쇼크로 세계 주요국들이 기준금리를 낮추는 ‘초저금리 시대’를 맞으면서 인컴 자산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미래에셋운용은 ‘미래에셋상생플러스펀드’와 ‘미래에셋밸런스리츠부동산펀드’를 앞서 내놨다. 이 중 미래에셋상생플러스는 글로벌 채권, 배당주, 리츠, 국내 고배당주 등을 주된 투자 대상으로 하는 펀드다. 미래에셋밸런스리츠부동산은 국내 리츠와 부동산펀드에 투자하는 구조다. 지난달 1일 기준 맥쿼리인프라를 13.79%로 가장 큰 비중으로 담고 있었고 롯데리츠와 맵스리얼티1 등이 각각 11.46%, 10.66%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글로벌 리츠와 미국 국채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DGB 똑똑 글로벌 리얼인컴 펀드’, 25년 이상 배당을 늘린 미국 기업에 투자하는 ‘한국투자미국배당귀족펀드’ 등도 최근 나온 펀드다.
◇다시 보자, 동학개미=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 증시가 급락하던 시기에 동학개미들은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대형주를 담으며 반등을 이끌었다. 개인투자자들이 장기간 국내 증시를 주도하는 모습은 기존에 쉽게 볼 수 없었던 탓에 일종의 신드롬으로 번졌다. 이에 운용사들도 동학개미에 초점을 맞춘 펀드를 내놓는 양상이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의 삼성전자투게더 펀드가 대표적이다. 이 펀드는 삼성전자를 약 35% 수준으로 투자하면서 삼성전자와 동반 성장이 기대되는 소(재)·부(품)·장(비) 기업도 약 5% 수준으로 담는다. 신용 등급 AA-이상의 국내 채권도 투자해 삼성전자의 주가 부침을 방어하겠다는 전략도 추구한다. 이외에 미국 주식 ‘직구족’이 늘어가는 트렌드에 맞춘 상품도 나오고 있는데 최근 구글·애플 등 미국 대표주에 투자하는 ‘KB미국대표성장주펀드’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