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손실없는 펀드, 쪼개 팔았다고 농협은행 과징금 20억?

[농협銀 OEM펀드 과징금 논란]

판매사 제재 선례 없는데다

펀드 판매시기도 법개정 이전

"10일 금융위서 적극 소명"




NH농협은행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펀드를 판매한 혐의로 금융당국으로부터 과징금 20억원을 부과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OEM펀드는 자산운용사가 은행·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에서 요청을 받아 만든 펀드로 판매사가 제재를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선례가 없는데다 제재에 대한 법적 근거가 약해 금융위원회 회의의 최종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전날 정례회의를 통해 농협은행에 과징금 20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과징금 부과는 증선위에 이어 오는 10일 열리는 금융위 회의에서 최종 결정된다. 증선위는 농협은행이 OEM펀드를 투자자 수 49명 이하인 사모펀드로 쪼개 팔아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회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동일한 증권을 6개월 이내에 여러 개의 사모펀드(시리즈펀드)로 쪼개 팔 수 없다는 이른바 ‘미래에셋방지법(자본시장법 제119조제8항)’을 적용한 것이다. 미래에셋 역시 자산유동화증권(ABS)의 발행사로서 관련법에 따른 제재 대상은 그동안 상품을 만든 금융사에 한정됐다. 이번에도 펀드를 만든 파인아시아운용과 아람자산운용이 과태료 부과 등의 중징계를 받았지만 증선위는 판매사인 농협은행까지 이례적으로 징계했다.



농협은행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증선위 결과에 즉각적으로 “매우 유감스럽다”며 “조만간 열릴 금융위를 통해 은행의 입장을 적극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농협은행은 증선위가 제재 판단 사례로 참고한 국내 한 바이오 회사의 지분증권 판매와 농협은행의 사례는 전혀 다르다는 입장이다. 해당 바이오 회사는 개인이 유상증자를 위해 지분증권 투자를 권유한 반면 농협은행은 판매사로서 수익증권을 판매했고, 무엇보다 바이오 회사의 경우 개인이 발행인으로부터 ‘투자유치의 대가’를 수취해 ‘주선인’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농협은행은 발행인인 운용사로부터 ‘수수료 취득이 없다’는 점을 들어 ‘주선인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법적 근거도 논란이다. 미래에셋방지법은 2018년 5월 법 개정이 됐지만 농협은행이 해당 펀드를 판매한 것은 법이 시행되기 전이다. 소급적용이 과한데다 미래에셋방지법의 모체가 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거래통합지침’은 3월 폐기됐다. 무엇보다 농협은행의 시리즈 펀드는 채권형 펀드로 현재까지 손실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논란을 의식해 증선위도 당초 부과한 100억원 과징금을 5분의1 수준으로 줄여 징계 수위를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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