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전 부산시장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한 여성은 4일 “사건 발생 후 지금까지 저는 오 전 시장의 직접적인 사과를 받은 적도 없고 따라서 합의할 일도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 밝혔다.
이 여성은 이날 부산성폭력상담소를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영장실질심사에서 나온 오 전 시장의 주장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혐의는 인정하지만, 기억은 나지 않는다’는 말의 모순에서 대형 로펌의 명성을 실감했고 ‘집무실에서 일어난 사건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폭언이나 업무상 위력은 결코 없었다’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또 “향후 재판에서는 최소한의 합리적 반론으로 대응해주셨으면 한다”며 “그것이 피해자인 저를 비롯해 이 사건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모든 분들에 대한 예의일 줄로 안다”고도 말했다.
이 여성은 “구속영장 기각 전 유치장에서 가슴 통증으로 40여분 진료를 받으셨다고 들었는데 개개인의 고통을 계량하고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하루 15알이 넘는 약을 먹으며 수면제 없이는 한숨도 자지 못하는 저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전관 출신 변호사들을 선임해 ‘인지 부조화’를 주장하는 사람의 사과에서 진정성을 찾을 수 없다”며 “현실적인 해결이란 말을 앞세워 저와 제 가족을 비롯한 제 주변 누구에게라도 합의를 시도할 시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 덧붙였다.
그는 사건 본질을 흐리는 정치 공방도 원치 않는다며 “해당 입장문은 누구의 의견도 더하지 않고 제 방과 제 책상에서 혼자 작성했음을 밝힌다”고 말했다.
부산성폭력상담소는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피해자 피해 회복, 권력형 성폭력 대응 활동 등을 위해 전국 200여개 여성·시민단체와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오는 9일 출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법원은 지난 2일 강제추행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오 전 시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