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檢 '시민판단' 전 승부수...이재용 영장심사 '운명 건 공방'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혐의입증 차질 우려 先手...삼성·법조계도 예상못한 속도전

구속영장 발부되면 삼성 위기경영·미래전략 올스톱 위기

기각 땐 수사 정당성 논란 역풍...검찰 되레 궁지 몰릴수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연합뉴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연합뉴스


검찰이 이재용(52)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삼성과 검찰의 승부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이전에 법정에서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워진 기업 경영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반영될 수 있는 수사심의위 전에 지난 1년8개월간의 수사에서 수집한 증거와 진술로 정면 승부를 벌이게 되는 셈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이 부회장과 김종중(64)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한 2일 이전에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굳히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승인을 건의했다. 윤 총장은 전날 이를 재가했고 이후 수사팀은 영장청구서 작성 등의 절차를 거쳐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수사심의위 요청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로 그 효과가 퇴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사심의위는 법조계·학계·언론계·시민단체 등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만큼 검찰의 방대한 수사 내용에 대한 전문적 판단을 하기보다 여론 향배에 영향을 받는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법원이 이 부회장의 혐의에 대해 선제적인 판단을 내리는 상황에 접어들었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자체가 이번 범죄의 중대성에 대한 검찰의 판단이 들어간 만큼 향후 수사심의위가 열리더라도 하나의 메시지로 전해질 수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시민들의 판단에 앞서 법정에서 사법적 판단을 받게 된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삼성 측의 복안이 무력화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검찰의 수에 대해 삼성 측은 물론 법조계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최근까지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들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지시·보고 관계를 입증하려면 삼성 임원진의 진술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검찰이 이를 확보하는 데 난항을 겪었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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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이 부회장이 앞선 두 차례 검찰 조사에서 “지시나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할 만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제일모직·삼성물산(028260) 불법합병에 책임을 지우는 차원에서 삼성물산의 최치훈 의장과 이영호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이후 이 부회장 등을 불구속 기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날 법원이 이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를 오는 8일로 잡으면서 삼성의 운명이 금명간 갈릴 예정이다.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이 얼마나 이 부회장의 혐의를 설득력 있게 소명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영장실질심사에서도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판사가 검찰의 혐의 소명이 충분하다고 판단하면 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

만약 구속영장이 발부돼 이 부회장이 1년4개월여 만에 다시 구치소에 수감되면 삼성의 경영과 미래가 불투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속영장이 기각된다면 삼성으로서는 마음의 부담을 상당 부분 덜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반해 검찰은 1년8개월여간의 수사에 대한 정당성 논란이라는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수사심의위도 삼성 편에 유리한 판단으로 기울면서 검찰이 더욱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날 수사팀은 150쪽 안팎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범죄 혐의를 적고 구속이 필요한 사유를 각각 수백 쪽의 의견서에 별도로 담았다고 한다. 법원에 함께 제출한 수사기록은 400권 20만쪽 분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 청구는 이복현 부장검사 명의로 했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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