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기본소득 지급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지는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연일 설전을 주고 받고 있다. 박 시장은 기본소득보다 전 국민 고용보험이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이 지사는 기본소득 도입을 적극 논의해야 한다며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여당의 대권 잠룡으로 불리지만 지지율 하락으로 고심하는 두 대선주자의 네거티브 공방에 벌써부터 대선모드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지사는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어느새 기본소득은 미래통합당의 어젠다로 변해가고 있다”며 “2012년 대선의 기초연금 공방이 똑같은 사람에 의해 10년 후 대선의 기본소득에서 재판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이어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한 기초연금”이라며 ““당시 민주당에서도 노인 기초연금을 구상했지만 포퓰리즘이라는 비난 때문에 망설이는 사이 선수를 뺏겼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을 놓고 기초연금과 똑 같은 일이 재현되고 있다”며 “일시적 기본소득(긴급재난지원금)의 놀라운 경제회복 효과가 증명되었음에도 정부와 민주당이 머뭇거리는 사이 박 후보의 경제교사였던 김 위원장이 기본소득을 치고 나왔다”며 “소비 절벽으로 경기 불황이 구조화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경제 선순환을 만드는 기본소득은 피할 수 없는 경제 정책이며 다음 대선의 핵심 의제”라고 덧붙였다.
이 지사가 늦었지만 민주당 차원에서 기본소득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박 시장은 다음달 페이스북에 “더 큰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지원과 도움을 주는 것이 정의와 평등에 맞는 조치”라며 “(기본소득이 아닌) 전 국민 고용보험을 도입해야 한다”라고 맞받아쳤다.
박 시장은 “‘예산 24조원, 성인 인구 4000만명, 최근 연간 실직자 200만명’을 가정하면 전 국민 기본소득은 실직자와 대기업 정규직에게 똑같이 월 5만원씩 지급하게 된다”며 “하지만 전 국민 고용보험은 실직자에게 월 100만원씩 지급할 수 있다”며 기본소득보다 고용보험의 효용이 절대적으로 크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자영업자,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 종사자, 임시·일용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심각한 소득감소를 겪고 있지만 이들은 4대 보험과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제대로 된 ‘21세기 복지국가’로 전환되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기본소득제 도입은 앞서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운을 떼면서 정치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상과 금액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지만 전 국민에게 1인당 월 50만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310조6,8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올해 3차 추경예산 547조1,000억원의 절반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박 시장과 이 지사가 각각 ‘민생 최우선’이라는 키워드를 놓고 고용보험과 기본소득으로 입장이 나뉘면서 벌써부터 대권 경쟁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 지시가 기본소득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보수 세력을 규합하려는 움직임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도입하겠다고 약속한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을 강조해 친문 세력 규합을 위한 행보에 돌입했다는 관측이다.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은 “배고픈 사람이 빵을 먹게 하는 것은 복지가 해야 하는 일이고 기본소득은 ‘일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사회’를 말하는 것이라 다른 개념”이라며 “국민연금 재정개혁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상황에서 기본소득 도입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