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부정적 충격이 한국의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며 경기 위축이 심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발간한 ‘KDI 경제동향 6월호’를 통해 “대내외 수요 위축에 기인해 4월 전(全)산업생산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KDI는 올해 1∼2월에는 경기 부진이 완화하고 있다고 봤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3월부터는 이런 표현을 삭제하고 넉 달째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4월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5.0% 감소해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서비스업 생산(-6.1%) 역시 대면 접촉이 많은 △숙박·음식점업(-24.5%) △예술·스포츠·여가서비스업(-44.9%) 등을 중심으로 큰 폭의 감소세를 이어갔고, 광공업 생산(-4.5%)도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증가 폭이 크게 축소(45.3%→17.3%)되고 자동차(-19.1%)가 급감하며 감소 전환했다.
KDI는 “제조업 생산이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주요 수출품목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큰 폭으로 위축됐다”며 “제조업 출하가 전월보다 감소하고 제조업 재고율은 상승하는 가운데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내외 수요 감소로 부진이 심화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소비 위축도 지속됐다. 4월 소매판매액은 전년 동월 대비 2.2% 감소했고, 서비스업생산도 1년 전보다 6.1% 줄었다.
다만 긴급재난지원금 등 정책 효과로 소비 심리는 다소 회복되는 모습이다. 5월 소비자심리지수는 77.6을 기록하며 여전히 기준치를 크게 밑돌았으나 전월(70.8)에 비해서는 올랐다. 5월 서비스업 업황BSI가 상승(48→55)하고, 제주도 내국인 관광객도 감소폭이 축소(-53.3% → -34.8%)됐다.
KDI는 “방역체계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됐고 긴급재난지원금이 전 국민에게 지급돼 민간 소비가 일부 회복될 가능성이 있어서 5월에는 소비심리가 소폭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5월 수출(-23.7%)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외수요 위축으로 전월(-25.1%)에 이어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했으며, 미·중 긴장 고조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KDI는 평가했다. 산업 전반의 경기 위축이 고용시장에도 반영되며 4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47만6,000명이나 급감했다. 특히 대면 접촉이 많은 서비스업(-46만5천명), 3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체(-50만8천명), 임시·일용직(-78만3천명)에서 취업자 수가 크게 줄었다.
5월 소비자 물가는 경기 부진 속에 국제유가 급락으로 -0.3%의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했고, 근원물가도 0.1%의 낮은 상승세를 지속했다. KDI는 “대내외 경기부진으로 인해 저물가 현상은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