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 '앙숙' 메르켈 혼내려 주독미군 감축…한일도 미국에 실망"

英더타임스 보도 "유럽 넘어 아시아·중동·아프리카 등 세계안보 저해"

"주독미군 존재로 미국 글로벌 리더십 유지해와…WHO처럼 나토 괄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일 주둔 미군의 감축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럽을 넘어 세계 각지의 안보가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동맹국들의 실망감이 짙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8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주독미군 철수는 우리 모두를 위협한다”라는 제목을 칼럼을 통해 트럼프의 계획이 실제로 집행될 때 뒤따를 악영향을 추론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9월부터 주독미군의 규모를 2만5,000명까지 4분의 1 이상 줄이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애초 계획은 전면철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더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지지 세력을 기쁘게 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앙숙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책임을 물으려 이번 지시를 내렸다고 관측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의 미국 주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거부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와중에 독일이 서방의 일원으로서 대중국 공세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점 등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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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AFP연합뉴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AFP연합뉴스


더타임스는 주독미군 감축안이 실행된다면 먼저 유럽의 군사적 대응 태세가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문은 독일 내 미군이 “러시아가 동유럽에서 해악을 끼칠 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대응할 긴급사태 계획 중 핵심일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중동, 서남아시아 작전을 위한 훈련과 병참, 의료지원, 정보수집을 위해서도 절실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주독미군의 존재와 이를 근거로 한 미국과 유럽의 관계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유지해온 글로벌 리더십의 토대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대서양을 마주한 동반자 관계가 그간 비록 부침은 있었으나 미국은 이를 동력으로 금융, 보건, 법률, 통상, 안보에서 미국인뿐만 아니라 모두를 이롭게 하는 국제 체계를 떠받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더타임스는 “거래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관에는 그런 협력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탈퇴하고 나토도 비슷하게 괄시하면서 그 자리에 정치적 찬사와 미국무기 구매를 동반하는 양자협정을 채워 넣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태도 때문에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미국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더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심술스러운 행동 때문에 동아시아에 있는 동맹국들이 특히 실망한다”며 “한국과 일본 같은 나라들은 의문의 여지 없이 안보를 보장해주리라 믿어온 미국을 점점 더 불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오판 위험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며 “미국이 독일마저 저렇게 대한다면 대만이나 에스토니아가 치를 대가는 무엇이겠냐”고 반문했다.

전날 WSJ도 미국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이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의 우려를 키울 것이라며 한미가 방위비 문제를 놓고 논쟁에 갇혀 있다고 전했다. 전직 국방부 관료였던 제임스 타운젠드는 “이런 움직임은 독일뿐 아니라 다른 동맹국들과의 신뢰도 약화시킨다”며 “다른 동맹국들은 ‘내가 다음일까’라고 묻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정가에서는 방위비 분담 등을 둘러싼 나토의 분열이 러시아와 중국에만 ‘이로운’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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