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진행 후 이날 오전 2시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함께 심사대에 오른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과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됐다. 이에 따라 영장실질심사가 끝난 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이들은 곧바로 풀려났다.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인다”면서도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이어 원 부장판사는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추어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혐의가 상당 부분 인정된 것은 맞지만 일정 기간 신체의 자유를 박탈할 정당성은 입증되지 못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본 사안의 중대성,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등에 비춰 법원의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며 “다만 영장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날 오전 10시30분부터 열린 이들의 영장실질심사는 같은 날 오후 9시10분께 종료됐다. 이 부회장에 대한 심사는 오후 7시께 가장 먼저 끝났고, 이 부회장은 최 전 실장과 김 전 팀장에 대한 심사가 끝날 때까지 법원 내 마련된 별도 공간에서 기다렸다. 심사를 마치고 굳은 표정으로 나온 이 부회장은 “심사에서 어떤 내용을 소명했나” “합병 과정에서 불법적인 지시를 내린 적 있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경영권 승계 과정을 둘러싼 의혹으로 1년8개월 넘게 검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검찰은 지난 5일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