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코로나에 식량 위기?… 세계식량가격은 하락 행진

FAO, 5월 지수 162.5로 17개월 만에 최저

우려된 '식품 공급 시스템' 붕괴 발생 안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식량 위기에 대한 경고음이 높아지고 있지만 오히려 식량 수요가 위축돼 세계식량가격 지수가 하락 행진을 지속하며 1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5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62.5포인트로 전월보다 1.9% 하락했다. 이 지수는 지난 1월 183.0에서 4개월 연속 하락하며 2018년 12월 161.5 이후 가장 낮아졌다.

FAO의 식량가격지수는 1990년 이후 23개 품목에 대한 국제가격동향을 모니터링해 5개 품목군별로 매월 작성해 발표한다. 품목군별로 보면 곡류, 육류, 유제품, 유지류 가격이 하락했지만 설탕 가격은 상승했다.

경기도 안성시가 쌀 수확량 증대를 위해 벼 드문 모심기 재배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경기도 안성시가 쌀 수확량 증대를 위해 벼 드문 모심기 재배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곡물은 전월보다 1.0% 떨어진 162.2포인트에 머물렀다. 쌀 가격은 환율 변동과 필리핀·말레이시아 등지의 수요 증가로 가격이 올랐으나 밀과 옥수수 등이 공급 증가로 가격이 떨어지면서 전체 곡물 가격이 하락했다.

육류는 5개월 연속 하락하며 168.0포인트로 집계됐다. 돼지고기와 닭고기 가격이 동아시아 국가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수입 수요가 소폭 늘었으나 주요 수출국의 공급량이 풍부해 하락 추세를 보였다. 양고기 가격은 경기 침체와 물류 장애로 중동국가의 수입이 줄면서 소폭 하락했다. 다만 소고기 가격은 브라질과 호주의 공급이 감소한 가운데 수입 수요가 늘면서 상승했다.


유제품 가격지수는 7.3% 감소한 181.8포인트를 기록해 5개 품목군 중 하락 폭이 가장 컸다. 모든 유제품의 가격이 하락한 가운데 버터와 치즈가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최근 유럽의 버터 공급량과 오세아니아의 치즈 공급량이 풍부한 반면에 수입 수요는 저조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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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류 가격지수는 전월보다 2.8% 하락한 128.1포인트였다. 팜유가 코로나19 확산과 미네랄 가격의 하락 여파로 수입 수요가 줄면서 4개월 연속 하락한 것이 주된 영향을 미쳤다.

5개 품목군 중에서는 설탕의 가격지수가 유일하게 전월보다 7.4% 상승하며 155.6포인트를 기록했다. 주요 수출국인 인도·태국의 공급량이 예상보다 감소했고 국제 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설탕 공장이 설탕 대신 바이오 에탄올 생산을 늘린 것도 생산량이 감소한 원인으로 꼽혔다.

FAO는 2020∼2021년도 세계 곡물 생산량이 27억8,050만톤으로, 2019∼2020년도에 비해 2.6% 증가하겠다고 전망했다. 2020∼2021년도 세계 곡물 소비량은 27억3,240만톤으로 2019∼2020년도 대비 1.6% 증가해 세계 곡물 기말 재고량은 9억2,680만톤으로 5.0%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제 식량 가격의 하향 안정세는 코로나19 후폭풍으로 식량 위기를 우려한 것과는 대조적인 측면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각국이 국경을 봉쇄하고 나서자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식품공급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식량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 식량 위기가 우려되자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베트남 등의 국가는 곡물 수출을 금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식량 수급에 별다른 차질이 발생하지 않은 반면 재고 관리 등이 원활하게 유지돼 글로벌 식량가격지수는 하락세를 지속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코로나19로 식량 문제가 공급과 수요 양측에서 발생하고 있어 빈곤층의 식량 위기는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올 해 심각한 기아로 고통 받는 인구가 지난해 예상치보다 1억 3,000만 명 가까이 늘어나 2억 6,50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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