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올해 전 세계 손해보험사가 사상 최대 규모의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도쿄올림픽 등 주요 행사들이 연기되고 각국의 봉쇄조치로 자영업자들의 손해가 커지면서 보험금 지급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영국 대형보험사 로이즈는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보상금 증가로 업계 전체의 보험금 지급액이 약 12조엔(132조4,296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미국을 허리케인이 강타해 보험금 지급 규모가 1,160억달러(약 138조8,520억원)에 달했던 지난 2005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미 일부 보험사들은 적자를 예상해 손실충당금을 산정하고 있다. 스위스의 한 재보험사는 올해 1·4분기에 5억달러 미만의 적자를 예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서는 술집과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들이 보험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서고 있다. 영국 정부가 일부 피해는 보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해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액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국의 경우 의회가 손해보험 업계에 영업중단으로 인한 손실도 보험금 지급 대상에 포함하도록 요청하는 등 보험업계에 대한 압력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부의 공식적인 압박이 없는 일본은 보험업계의 부담이 미국·영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를 예상하지 못했던 만큼 이로 인한 피해를 보상한다는 내용도 계약서에 담겨 있지 않다. 일본 손보사가 보험금 지급에 소극적이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가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해 휴업을 요청한 가운데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험사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는 여론으로 보험사들이 부분보상에 나서면서 손실액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실제 도쿄해상일동화재보험·손보재팬·미쓰이스미토모해상화재보험 등 손보사는 영업중단으로 피해를 당한 경우 보험금과 위로금을 지불하기로 결정했다. 관동대지진 당시에도 보험계약 내용에 없었지만 일본 손보업계는 피해를 본 이들에게 일종의 위로금을 지급한 적이 있다. 다만 이번 예외조치가 손해보험 회사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보험사의 부담이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보험금 인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