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냈던 인사들이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을 정부가 서둘러 나서서 막아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대북 전단 살포를 막을 수만 있다면 군대라도 동원을 해야 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원 사업인 평양종합병원 건설에 2억 달러가량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9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6·15공동선언 20주년 기념 토크콘서트’ 초청 강연에서 “여당과 정부가 전단 살포 금지법을 강력히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전단 살포를 막지 못한 것은 정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눈치 보기’라는 야당 등의 비난은 감수해야 한다”며 “북한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중요성을 알고 있고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의료기기와 의약품 협력에 나서면 2억 달러면 충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9·19 남북 군사합의와 평양공동선언 합의 이행,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 개최까지 4가지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전 장관은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풍계리 남쪽 50㎞ 안팎에 수력발전소 큰 것을 만들고 있어서 핵실험을 하면 수력발전소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며 “북한이 핵실험을 폐기하고 수력발전으로 간다는 것이 내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2월부터 12월까지 통일부 장관을 지낸 바 있다.
한편 또 다른 전직 통일부 장관인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의 정세현 수석부의장은 같은 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삐라 살포를 강행할 때는 경찰 병력이나 군 병력을 동원해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그 정도로 삐라 살포를 막는다는 것을 국민들한테 알릴 필요가 있다”며 “북한한테 잘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접경지역의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군이 나설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불만을 터뜨리는 배경에 대해서는 “4·27 판문점 선언, 9.19 평양선언, 9.19 군사분야합의서가 하나도 이행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이번에 삐라 사건을 계기로 해서 한꺼번에 터진 것”이라며 “김여정이 북한 ‘넘버2’가 됐는데 (대북전단 살포로) 김정은이 모독을 당한 데 대해 반발을 세게 해야만 충성심이 확인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또 “북한이 모든 전화 통신선을 다 끊어버리겠다고 하는데 그러지 말라고 가서 매달릴 필요가 없다”며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또 슬그머니 연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회 안팎에서 전단살포금지법 도입 움직임을 두고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남북간 공동선언이나 합의를 국내법적 효력이 있는 조약과 같은 것으로 인정한다면 이걸 김여정의 하명법이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건 무식하다는 얘기”라고 깎아내렸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2년 1월부터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6월까지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 수석부의장은 이날 ‘판문점의 협상가, 북한과 마주한 40년‘이라는 회고록을 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