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이 난처해졌을 때 한국인에게 흔히 나타나는 변명, 자기 정당화, 뻔뻔함….”
산케이신문이 최근 한국에서 제기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기부금 유용 의혹 등과 관련해 윤미향 의원을 비판하며 쓴 칼럼의 일부 내용이다.
여러 의혹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산케이의 비판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비판의 방식이다. 산케이는 윤 의원 비판에 ‘한국인스러움’을 억지로 갖다 붙이는 무리수를 뒀다.
민족성을 한 마디로 규정 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일본 현대사 연구의 거장인 존 다우어는 그의 저서 ‘패배를 껴안고’에서 2차 대전 당시 일본인이란 밥 먹듯 배신하고 잔인한 행동을 즐기는 ‘원숭이 인간’이라고 여겨졌다면서도 일본인에게는 근면·용기·정직함 등도 있다고 언급했다. 부정적으로 묘사된 일본의 민족성을 일본인의 특징으로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이를 근거로 민족성을 정의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근거 없는 논리는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산케이가 힘을 실어주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한국인으로 둔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2차 집권 이후 최저수준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거짓말과 변명의 영향이 크다.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외출 자제 요구에도 여행을 간 것에 대해 아베 총리는 ‘밀폐’ ‘밀집’ ‘밀접’ 등 이른바 ‘3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개된 사진에는 아키에 여사가 여러 사람과 밀집한 대형으로 서 있었다.
사학재단에 특혜를 제공한 ‘모리토모학원 스캔들’을 비롯해 국가재정을 사적으로 유용했다고 비난받는 ‘벚꽃을 보는 모임’ 파문 등 각종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권력에 대한 식견과 자제심까지 결여돼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극우 신문인 산케이가 한국인과 아베를 동일시할 리는 없다. 아베 총리에 대한 비판은 윤 의원 이전에 나왔다. 산케이 논리대로라면 정의연 사건에서 일본인스러움을 발견할 수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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