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휩쓸고 간 유럽 국가의 경제 회복을 위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역대 최대 규모의 기금을 제안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유럽의회에서 총 7,500억유로(약 1,020조원) 규모의 기금 조성을 골자로 한 제안을 공개했다. 코로나19로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은 회원국의 회복을 돕기 위한 것으로, 계획대로 실행되면 EU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부양책이 될 전망이다.
파올로 겐틸로니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전례 없는 이번 위기를 타개할 유럽의 돌파구”라며 이번 계획을 반겼지만, 회원국들은 여전히 기금 조성 및 지원 방법을 놓고 분열을 거듭하고 있다. 미 CNBC는 이번 부양책이 최종적으로 통과돼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재정적 지원을 받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선적으로 “세 가지 주요 논점이 해결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얼마나 빌려야 하나 |
이에 대해 대부분 국가들은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일부 국가는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특히 오스트리아·네덜란드·덴마크·스웨덴 등 4개 국가는 EU가 보조금이 아닌 대출의 형식으로만 지원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독일과 프랑스가 EU 차원에서 5,000억 유로 규모의 코로나19 회복 기금을 조성해 EU 명의로 자본시장에서 차입하는 것을 허용하자고 제안했을 때도 이들은 강력한 반대 의사를 전했다. 대출이 아닌 보조금 형태의 지원은 이를 받은 국가가 갚을 필요가 없어 결국 회원국들의 ‘공동 채무’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누가, 얼마나 받나 |
남부유럽 국가는 동유럽에 비해 GDP 증가율이 낮지만, 인구는 많아 1인당 GDP가 낮은 편이다. 집행위는 이 기준에 따르면 대규모 기금이 코로나19 피해가 극심했던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 남부 유럽 국가에 집중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두 국가가 받을 보조금과 대출 규모는 총 3,130억 유로”라고 추산했다
하지만 이같은 계산법은 일부 국가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독일, 프랑스 등 국가는 코로나19에 따른 피해 규모에 비해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할 수 있으며, 1인당 사망률이 높은 벨기에의 경우 지원금을 거의 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
관리·감독은 누가하나 |
하지만 감시 장치가 있다 하더라도 항상 오남용의 가능성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졸트 다르바스 벨기에 싱크탱크 브루겔 연구위원은 EU 집행위가 기금 사용을 모니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서도 “항상 (기금을) 잘못 사용할 가능성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과거 헝가리, 체코 등 국가는 EU 기금을 제대로 된 방식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며 회원국들의 비난을 산 바 있다.
EU 회원국은 다음 주 대규모 경기회복 기금을 놓고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지만, 실제 집행을 위해선 EU 회원국 모두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유럽의회의 비준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최종 결정까지 난항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