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작성해 국회에 제출한 한 보고서가 부동산 시장에 미묘한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국토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투기과열지구 내 주택 매수자 중 갭 투자자가 폭증했다는 것이다. 갭 투자를 막기 위해 대출도 옥죄고 각종 규제를 강화 했는 데도 현실은 그렇지가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 20~30대 등 젊은 세대의 갭 투자가 급등한 점이다. 정부의 대책이 풍선효과로 연결되고,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면서 자칫 집을 마련할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1~4월에만 2배 급증한 임대목적 거래>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투기과열지구 내 3억원 이상 주택 매입 거래 가운데 임대목적 거래가 지난해보다 124.8%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4월 임대목적 거래는 9,386건이었는데 올해는 이 기간 동안 2만 1,096건에 달했다. 올해 총 주택 매입거래 건수(5만 3,491건) 가운데 임대목적 거래 비중도 27.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반면 본인 혹은 가족이 거주하기 위한 목적의 거래 비중은 지난해 66.78%에서 올해 56.2%로 감소했다.
눈길을 끈 것은 임대 목적거래가 젊은 세대에서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세대별로 살펴보면 20대의 임대목적 거래 건수는 지난해 416건에서 올해 1,199건으로 3배가량 급증했다. 30대도 올해 6,297건으로 2.7배, 40대 역시 5,931건으로 2.1배 증가했다. 임대목적 거래는 자신 혹은 가족이 거주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투자 혹은 임대소득 확보용이다. 이번에 조사된 임대목적 거래 가운데 일부는 임대사업용 거래로 추정되지만, 상당수는 갭 투자로 보인다. 정부에서 등록 임대사업자에 대해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세제 혜택을 대거 거둬들인 만큼 임대사업용 물량이 지난해보다 대폭 늘어날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대출 규제가 만든 부작용>
전문가들은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에도 불구하고 갭 투자가 늘어난 것이 대출 규제의 역효과라고 보고 있다. 9억원 이상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를 옥죄다 보니 전세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전셋값 상승이 오히려 갭 투자를 더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 주택 가격은 0.51% 오른 반면 전셋값은 0.82% 상승했다. 아파트만 따로 살펴보면 전셋값 강세는 더욱 뚜렷하다. 서울 아파트값은 올 들어 0.37% 상승했지만 전셋값은 1.3% 올랐다. 전셋값이 매매가격의 3배가 넘게 상승한 것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이와 관련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에서 시가 15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한 전면 대출금지를 내놓는 등 강도 높은 대출 규제가 나오면서 주택 매입이 어려워진 사람들이 전세로 돌아서게 됐다”며 “전세 수요가 증가하다보니 전셋값이 오르고, 전셋값 상승에 자극받은 사람들이 갭투자를 재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부동산 불패 신화도 한몫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보유세가 오르고 있지만, 집값이 버텨주면서 여전히 ‘갭 투자’ 매력이 크다고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최근에는 전셋값이 오르면서 갭 투자를 더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흐름을 볼 때 정부의 추가 대책이 기정 사실화 되는 분위기이다. 특히 거대 여당으로 인해 국회 통과도 훨씬 수월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필요한 경우에는 시의적절하게 대책을 준비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