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그린뉴딜에서 뒤처져 있지만, 삼성전자와 SK텔레콤 같은 세계적인 전자·통신회사, 현대·기아 등 정상급 자동차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최고 수준 기술은 한국을 그린뉴딜 전환으로 이끌 훌륭한 자원이다.”
유명한 경제·사회학자이자 책 ‘글로벌 그린뉴딜’의 저자인 제러미 리프킨(75)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은 10일 국내 기업의 기술이 한국 그린뉴딜의 중요한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국난극복위원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그린뉴딜 토론회’에서다. 리프킨 이사장은 코로나 19로 인해 직접 토론회에 참석하진 않고 대신 녹화된 동영상을 통해 기조연설을 했다.
리프킨 이사장이 그린뉴딜 자원으로 국내 대기업을 꼽은 이유는 그린뉴딜을 산업혁명의 연장선으로 봤기 때문이다. 리프킨 이사장은 현재 세계적으로 2차 산업혁명이 끝나도 3차 산업혁명으로 이행되는 마지막 단계라고 진단했다. 그는 “탄소 에너지와 중앙 집권화로 대변되는 2차 산업혁명은 말 그대로 종말기를 맞았다”며 “지난 10~20년 동안 세계 GDP와 생산성이 크게 감소하고, ‘슈퍼 리치’와 나머지 인류의 빈부격차가 전례가 없을 정도가 됐다는 점이 그 증거”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8년 석탄 에너지의 대표 주자 가운데 하나인 석유의 가격이 배럴 당 147달러로 정점을 찍고, 곧이어 세계 시장에 들이닥친 금융위기는 2차 산업혁명의 종식을 예고한 징후다.
2차 산업혁명의 종식과 맞물려 발생한 코로나 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은 새로운 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더욱 시급하고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리프킨 이사장의 분석이다. 그는 “과도한 개발, 이로 인한 기후변화로 인해 동물과 인간은 함께 ‘기후 난민’이 됐고, (코로나 19 같은) 감염병 바이러스가 이를 따라 같이 이동한다. 이게 팬데믹의 근본 원인”이라며 “3차 산업혁명이 시급해진 이유”라고 말했다.
3차 산업혁명의 동력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연결이다. 리프킨 이사장은 에너지원 역시 사물인터넷(IoT) 같은 기술로 연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유럽과 중국, 미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집과 직장에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직접 생산하고 이를 통해 인터넷을 구동한다”며 “중앙집중식 대형 데이터 센터나 이 기술을 가진 글로벌 기업에 의존할 필요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각 개인이 생산하고 남는 전력을 국가 전력 인터넷망에 공급하는 것도 가능하다. 전력과 인터넷 체계가 국가가 배분하는 하향식이 아닌 상향식으로 변화하리라는 전망이다.
리프킨 이사장은 “한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출발해 성공한 대표적 사례”라며 “그린뉴딜에서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해주기를 요청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