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현직 대통령 최초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역사적 현장인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조사실’을 방문해 헌화했다. 제33주년 6·10민주항쟁을 기념하고 국가폭력에 대한 사죄의 뜻을 전하기 위해 민갑룡 경찰청장도 현직 최초로 함께했다. 3년 만에 기념식을 찾은 문 대통령은 ‘제도적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새기면서 ‘일상의 민주주의’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인 서울 용산구 남영동 옛 치안본부 대공분실의 509호실을 찾아 박종철 열사의 영정 앞에 헌화했다. 509호실은 지난 1987년 22세의 서울대 언어학과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숨진 곳이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거짓 해명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고 6·10민주항쟁의 시발점이 됐다. ‘고문공장’이었던 509호실에는 이번 기념식의 슬로건 ‘꽃이 피었다’를 형상화한 붉은 장미가 매달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방문을 통해 민주주의 정신과 인권존중 정신의 미래세대 전승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가정과 직장에서의 민주주의야말로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라며 일상 속에도 민주주의가 뿌리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자유와 평등을 민주주의의 ‘양 날개’라고 언급하고 “지속 가능하고 보다 평등한 경제는 제도의 민주주의를 넘어 우리가 반드시 성취해야 할 실질적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민주주의는 결코 후퇴할 수 없다”며 “우리는 이제 더 많은 민주주의, 더 큰 민주주의, 더 다양한 민주주의를 향해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국민의 민주적 자세도 높이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코로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연대와 협력의 민주주의를 보여줬다”며 “우리가 만든 민주주의가 대한민국을 코로나 방역 모범국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또 “코로나의 힘겨운 상황 속에서 국민들 모두 서로를 배려하는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민주주의 꽃인 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유일한 나라”라고 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그간 정부 훈포장에서 소외됐던 고(故) 이한열 열사의 모친 배은심 여사, 박종철 열사의 부친 고(故) 박정기씨 등 19명의 민주화 유공자에 대한 포상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