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051910)이 중국 화학소재 업체 ‘산산(Shanshan)’에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매각한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LG화학 또한 OLED와 모빌리티 등 신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화학은 산산과 11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LCD 편광판 사업 매각 조건부 계약을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편광판은 LCD 패널 앞뒤에 부착해 빛을 통과시키거나 차단하는 필름이다. 자동차용 LCD 편광판 등 일부 제품군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다.
LG화학 관계자는 “이사회 승인 절차가 남아 있고 산산 측도 주주총회 승인이 필요해 변동사항이 발생할 수 있다”며 “추후 계약이 확정되면 공시를 통해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지난해부터 ‘탈(脫) LCD’ 전략에 속도를 냈다. LG화학의 편광판 사업 연 매출은 한때 2조원에 달했으나 중국발 LCD 공급과잉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했다. LG화학은 지난 2월 LCD용 컬러 감광재 사업을 580억원에 중국 시양인터내셔널로 매각하기도 했다.
매각을 시도했으나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은 LCD용 유리기판 사업에서는 철수를 결정했다. 당시 LG화학 측은 “중국 내 급격한 생산설비 증가 등으로 전방산업의 시황이 계속 악화했다”며 “국내 주요 LCD 생산 시설투자 감소 등으로 사업이 회복세로 전환되기는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2010년까지만 해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는 글로벌 LCD 시장에서 1위에 올라 있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이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치킨게임’에 나서면서 LCD 패널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55인치 4K LCD 패널 가격은 지난해 6월 128달러에서 지난 5월 107달러까지 떨어졌다.
이에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중국 BOE에 내준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 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수년간 적자를 본 LCD 사업부를 완전히 정리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LG화학 또한 기존 캐시카우였던 LCD 소재 사업을 접고 미래 유망 소재인 OLED 소재에 집중한다. 특히 편광판 사업의 경우 국내 오창공장에서 생산되는 OLED 편광판을 주력으로 적극 육성하기로 했다. 대형 OLED TV 편광판·봉지필름, 중소형 플라스틱 OLED(P-OLED) 편광판·공정용 보호필름, OLED 발광층·공통층이 주된 연구개발(R&D) 분야다.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한 ‘모빌리티’는 LG화학 미래 구상의 또 다른 축이다. 고강도 경량화 소재 사업에 집중하는 LG화학 자동차소재사업부가 대표적이다. 환경 개선을 위한 글로벌 연비규제 강화에 따라 차체 경량화 기술이 중요한 경쟁 요소로 떠오른 만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등을 중심으로 차별화된 소재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소재사업부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 확보에 주력한다. 2차전지의 4대 원재료인 양극재 생산 기술을 고도화하고 안정적인 공급 확보를 위해 내재화율을 확대한다. 2018년에는 세계 1위 코발트 정련 회사인 중국 ‘화유코발트’와 전구체 및 양극재 생산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해 전구체 및 양극재, 배터리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기도 했다.
자동차용 LCD 편광판을 매각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LG화학 측은 “고객과 애플리케이션 관점에서 상품기획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를 비롯한 지속가능성 분야의 신사업 후보 발굴 및 육성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