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리 경제의 내수 위축세가 완만해지고 있다는 낙관적 진단을 내놓은 가운데 14조3,000억원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일종의 내수 지표 착시를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개월 연속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던 카드 국내 승인액이 지원금 덕에 증가세로 전환함에 따라 정부의 내수 회복세 판단에 주된 근거가 됐지만, 한정된 금액과 사용기간을 지닌 만큼 ‘약발’이 떨어지면 소비 지표가 언제든 다시 가라앉을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또 지원금 사용이 불가한 할인점과 백화점 매출액은 같은 기간 큰 폭으로 감소해 개별 민간 소비 지표가 혼재돼있는 양상이다.
기획재정부는 12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으나 내수 위축세가 완만해지고 고용 감소폭이 축소되는 등 실물경제 하방 위험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내수 위축세가 완만해졌다고 판단한 주된 근거 중 하나는 바로 소매 판매 지표 개선이다. 지난 3월(-4.3%), 4월(-5.7%) 2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던 카드 국내승인액은 5월(5.3%) 증가세로 전환했다. 이는 지난달 초부터 지급한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효과가 더해진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지원금의 상당액은 기존 신용카드·체크카드 포인트로 지급됐기 때문이다. 김영훈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브리핑에서 “내수 회복세의 경우 4월 소매 판매 지표로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카드 승인액이 5.3% 증가해서 내수 지표가 나아지지 않았나 싶다”며 “긴급재난지원금 영향을 비롯해 다양한 요인이 있을 거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이처럼 긴급재난지원금 등의 영향으로 카드 국내 승인액이 증가세로 전환한 것과 달리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이 불가한 할인점 매출액은 9.3% 감소해 전월(-0.9%)보다 더 많이 줄었다. 대형마트를 주로 이용하던 고객들이 정부 지원 후 재난지원금 사용을 쓸 수 있는 매장으로 대거 옮겨가면서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울상을 짓는 반면 하나로마트와 식자재 마트, 편의점 등은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주요 대형마트들은 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지난 13일 이후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약 10~15%가량 줄었다. 백화점 매출액도 그 감소 폭은 지난 2월(-30.6%), 3월(-34.6%), 4월(-14.7%)보다 축소해 한자릿수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전년 동월 대비 9.9% 감소했다. /세종=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