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미래의 유럽여행…낯선 설렘, 낯선 불안이 됐다 [토요워치]

■코로나 그 이후…가상 여행기

☞출국때 살균 샤워

☞기내선 방호복

☞현지선 차단막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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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종식될 때까지 마냥 ‘집콕’만 할 수는 없는 노릇. 거리두기와 같은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입국 제한에 나섰던 유럽 국가들이 여행객들에게 빗장을 열고 있다. CNN 등 각종 외신이 예측한 여행 풍속도 변화를 바탕으로 A씨의 가상 유럽 여행 체험기를 소개한다.

◇D-1, 코로나 검사 결과 스마트폰에 저장


☞ 음성 입증 ‘디지털건강여권’은 필수품



오래전부터 유럽 여행을 꿈꿔온 A씨. 코로나19 때문에 꿈을 포기할까 생각도 했지만 유럽 국가들이 관광객들을 다시 받는다는 소식에 용기를 내기로 했다. 일단 온라인을 통해 항공편과 호텔을 알아봤다. A씨는 항공요금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성수기가 아님에도 항공료는 지난해에 비해 2배 가까이 올라 있었다. 항공사에 전화해 가격 인상 이유를 물었더니 항공사는 코로나19로 중간중간 좌석을 비워야 해서 가격이 올랐다고 답했다. 모아온 돈도 있고 가격 때문에 여행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출국 하루 전, A씨는 집 근처에 있는 보건소를 찾아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음성 확인을 받은 A씨는 코로나19 감염 여부, 체온 등 자신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내용을 전자문서로 발급받고 이를 스마트폰에 저장했다. 코로나19로 각국이 검역을 강화하면서 해외여행을 할 때 코로나19 테스트 음성을 입증하는 전자문서인 디지털 건강 여권을 챙겨야 했기 때문이다.

◇확 바뀐 공항…검역 강화로 긴장감 ‘UP’

☞ 셀프 발권·수화물에 밀폐 공간서 온몸 소독



출국 당일. 코로나19로 달라진 입국절차를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해보며 전날 밤에 잠을 설친 A씨는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에 저장된 디지털 여권을 확인하고 체온계로 열을 쟀다.

공항에 도착한 A씨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로봇들이었다. 수많은 로봇이 공항을 돌아다니며 항공권 발권부터 수화물 보내는 일까지 셀프 체크인을 통해 진행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승객의 체온과 심장 및 호흡 속도를 체크해주는 로봇도 있었다. 셀프 체크인 키오스크에서 수화물 무게를 재고 항공권을 발급받은 A씨는 체크인 카운터로 향했다. 항공사 직원들이 나와 있었지만 여권 확인이나 수화물을 부치는 걸 도와주던 모습은 사라졌다. 항공사 직원은 수화물을 올려놓으라는 말과 수화물이 소독돼 살짝 젖을 수 있다는 설명을 하는 게 전부였다. 짐을 부치고 난 후 재확인 차원에서 공항에 마련된 무료 코로나19 검사소를 찾았다. 코안에 면봉을 넣어 검사하는 방식인데 3분 만에 결과가 나왔다. 예상대로 음성 판정을 받은 A씨는 입국장으로 향했다.

공항 직원의 안내에 따라 디지털 건강 여권과 일반 여권을 바코드에 대자 초록색 불이 보였다. 코로나19 감염자를 거르는 절차인데 초록색은 정상, 노란색은 의심, 빨간색은 감염을 의미한다.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미리 스마트폰으로 보안검사 시간대를 예약한 만큼 줄은 길지 않았다. 보안검사를 마치자 세차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거대한 기계가 눈앞에 나타났다. 나노기술을 이용한 소독장치로 밀폐된 공간에 40초간 들어가 있으면 살균이 이뤄진다.

A씨는 그간 경험해보지 않았던 출국절차에 심신이 지쳐 눈에 보이는 면세점을 앞에 두고도 쇼핑을 포기했다. 잠시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르던 A씨는 출발 30분 전 탑승 게이트로 향했다.


◇무접촉 기내…화장실은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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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이 기내식…승무원은 접촉 않고 안내만



탑승 게이트 앞에 서 있는 항공사 직원들은 줄을 서 있는 승객들에게 비행기 탑승 요령을 반복해 설명하고 있었다. 핵심은 무접촉이다. 직원의 설명은 비행기 탑승 이후 또다시 반복됐다.

마스크와 특별 제작된 비닐 방호복을 입은 승무원은 승객들에게 비행기 안으로 가져온 짐을 선반 위에 올려만 두라고 강조했다. 승무원이 선반 근처에 손을 가져가 아래로 손짓을 하니 선반이 닫혔다. 자리에 앉자 기장의 안내방송이 흘렀다. “자리에 앉아 계시면 기내로봇이 마스크와 방호복 등을 가져다 드립니다.”

잠시 후 로봇에 의해 마스크와 승무원이 입은 것과 비슷한 옷이 배달됐다. 옷을 갈아입고 마스크를 쓰자 비행기는 곧 이륙했다. 잠시 후 로봇을 통해 기내식이 제공될 예정이라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장시간 비행에 A씨는 화장실을 찾았지만 안 그래도 좁은 공간에서 코로나19 방지를 위해 제공된 옷까지 벗어야 돼 불편했다. 자리에 앉은 지 10시간 이상이 지나자 착륙 방송이 흘러나왔다.

◇발 디뎠지만 괜히 왔나 후회도

☞ 호텔 수영장은 예약…이국적 풍경보다 삭막



출국절차와 유사한 입국절차를 거친 후 A씨는 짐을 찾는 수화물 수취 컨베이어벨트로 향했다. 예상대로 가방 겉면에는 소독약이 뿌려져 축축했다. 서둘러 가방을 집은 후 호텔로 향했다. 방 안에는 바이러스 입자를 100% 줄일 수 있는 오존 발생기가 켜져 있었다. 짐을 정리한 A씨는 유럽에서의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피곤함에 다음날 오후 늦게 일어난 A씨는 수영장 위치를 물어보기 위해 로비로 향했다. 호텔 직원은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수영장을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며 사용을 원하면 온라인으로 원하는 시간과 날짜를 지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일단 예약을 하고 근처에 위치한 에펠탑도 보고 산책도 하기 위해 호텔을 나섰다.

걷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이색적인 풍경과 사람들에게 눈이 팔린 A씨는 길을 잃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도 길 찾기가 쉽지 않아 근처 상점에 들렀지만 마스크를 쓰고 설명해주는 직원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한 시간 넘게 걷다 보니 허기가 밀려왔다. A씨는 눈에 보이는 식당을 찾았다. 테이블 사이에는 차단막이 모두 설치돼 있었다. 식사 중 다른 사람에게 비말이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했다는 설명을 식당 종업원에게 들었다. 잠시 후 서빙로봇이 주문한 음식을 가져왔다. 옆자리에 앉은 현지인으로 보이는 외국인에게 말을 걸어보고 싶었으나 부담을 느낄까 싶어 포기했다. 상상과는 다른 여행에 실망감을 느낀 A씨는 식사를 마친 후 호텔로 돌아와 이내 침대에 누웠다.

각국이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해 굳게 걸었던 문을 조금씩 열고 있지만 A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과거와 같은 여행을 즐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공포에 여행을 망설이는 이들을 위해 다양한 유인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실제 동(東)지중해의 섬나라 키프로스공화국은 자국을 방문한 관광객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 여행 경비를 지원해주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빗장을 푼다고 해도 코로나19 공포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는 한 여행 수요 회복은 당분간 어려울 수도 있다. CNN은 “오늘날 여행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승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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