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국방대 졸업식에서 사전녹화된 영상 메시지를 통해 “백악관에서 세인트존스교회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동행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그곳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시위 진압을 위해 군 동원 방침을 밝힌 뒤 세인트존스교회를 방문해 성경을 들고 서 있는 이벤트에 동행한 것을 의미한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교회 방문을 위해 경찰이 백악관 인근 라파예트공원에서 평화시위를 벌이던 이들을 최루탄 등으로 강제 해산시키면서 논란이 됐다.
밀리 합참의장은 “많은 분들이 본 것처럼 지난주 라파예트광장에서 찍힌 사진은 시민사회에서 군대의 역할에 대한 국민적 논쟁을 촉발했다”며 “나는 그곳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 그 순간 그 장소에서 내 존재는 국내 정치에 군이 관여한다는 인식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내 실수였고 우리 모두가 실수로부터 배울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 우군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합참의장으로서 밀리 장군을 깊이 존경하고 완전히 신뢰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군부의 항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앞서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폭동진압법 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인종차별 철폐 시위와 관련한 주 방위군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사후 검토할 것을 명령했다. 이는 시위 대응에 주 방위군 투입을 명령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재차 반기를 든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정부의 첫 국방장관을 지낸 제임스 매티스도 트럼프 대통령이 나라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미 행정부 내의 분열이 커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컬럼비아대 응용통계학센터와의 협업으로 마련한 자체 모델을 적용한 결과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될 확률이 15%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버락 오바마의 온건하고 품행 좋은 부통령이었던 조 바이든이 중도하차 직전 후보로 급부상하면서 재기했다”며 “그 후 코로나19가 최소 11만명의 목숨과 300만명의 일자리를 앗아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을 때 플로이드의 사망이 미국 전역의 도시들을 뒤흔들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냉담한 반응으로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공감대 격차가 더욱 커졌다”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중서부뿐 아니라 플로리다와 애리조나에서도 앞서고 있다면서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쉽게 승리했던 조지아와 텍사스·아이오와·오하이오에서도 뒤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매체는 “만약 오늘 선거가 치러진다면 바이든 전 부통령이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이라는 데 의문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9일 오클라호마 털사에서 선거유세를 재개할 계획이다. 하지만 19일이 노예해방일인데다 털사 역시 흑인 학살 피해가 발생했던 장소였다는 점에서 이미 비판여론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유세에 참가하는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노출될 수 있으며 감염되더라도 소송하지 않는다’는 내용에 동의해야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편 공화당 전국위원회(RNC)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11월 대선후보 수락 행사를 플로리다 잭슨빌의 비스타베테랑스메모리얼아레나에서 개최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