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수익이 날 때 증권사도 보수를 받는 ‘선취 판매 수수료 없는’ 금융상품을 처음으로 내놨습니다. 또 직원들에게 판매 목표를 주지 않고 있습니다. 당장 눈앞의 수수료보다는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이 장기적으로 금융회사에도 이익이기 때문입니다.”
김경호 NH투자증권(005940) WM사업부 대표(상무)는 최근 서울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 2018년 말부터 WM사업부를 총괄해온 그는 지난해 초 정영채 사장이 결정한 ‘과정가치’ 도입을 실현하기 위해 판매성과 기준 KPI 폐지, 고객만족도에 따른 성과평가 등을 추진해왔다. 판매 목표 없이 영업이 얼마나 성과가 있을지에 대해 업계뿐만 아니라 회사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최근 사모펀드 사태가 터지면서 분위기가 부쩍 달라졌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그는 “당장 이익이 덜 나도 좋으니 고객의 신뢰를 얻는 데 2년째 투자를 하고 있다”며 “직원들에게 타사 상품도 좋으면 고객들에게 추천하라고 한다. 언젠가는 고객들로부터 ‘NH증권 김 부장 말이니 믿을 만하다’는 반응이 나오도록 하자는 꿈을 갖고 추진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 직원에게 일괄적인 판매목표보다는 고객만족도(40%), 대고객활동 (30%) 등 직원평가의 약 70%를 고객과의 신뢰 구축 과정에 얼마나 충실했는지에 대해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은 그동안 판매수수료를 벌기 위해 상품도, 고객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사모펀드 판매에 열을 올리다가 최근 대규모 손실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모펀드는 보통 1%의 선취수수료를 뗀다. 나중에 펀드에 손실이 발생하면 이는 고스란히 고객의 몫일 뿐 판매사는 먼저 뗀 수수료로 돈을 버는 구조다. 김 대표는 이 같은 금융권의 판매 관행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성과보수중심의 신탁상품을 최근 내놨다. 전환사채 등 메자닌 채권에 투자하는 이 상품은 선취 수수료 없이 연 이익의 10%(가입 원금기준 최대 3%)를 보수로 받는다. 고객이 이익을 못 내면 증권사도 한 푼도 챙겨갈 수 없다. 그는 “고객과 판매자의 이익이 연동돼야 판매자들도 리스크 관리에 신경을 쓴다”며 “직원들이 최고 수익률을 주는 상품이 아니라 개별 고객에게 맞는 상품을 권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대표는 개인투자자의 대규모 증시 유입으로 향후 증권사의 자산관리 영업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스스로 투자하는 다수의 대중고객과 프라이빗뱅커(PB)들에게 돈을 내고 자문을 받는 거액자산가 등 크게 두 그룹으로 고객군이 재편될 것”이라며 “이에 맞춰 PB의 역량을 제고하는 한편 디지털자산관리센터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 40명선인 디지털자산관리센터 직원을 향후 100~200명까지 증원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동학개미’들에게 만족스러운 시스템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과감히 투자할 것”이라며 “고객에게 얻은 신뢰가 장기적으로 금융회사에 돈이 돼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