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출제 오류로 중단된 신용분석사 재시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도권 방역조치 강화 조치를 무기한 연장하기로 한 상황에서 수험생들이 전국에서 5개 고사장으로 또 이동해야 하는 부담이 상당한데다 재시험 일정으로 기업 공채 등 다른 시험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간 1만 명 가량이 응시하는 국가공인시험의 검수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연수원은 지난 13일 서울 등 5개 지역에서 열린 47회 신용분석사 시험 진행 도중 출제 상 오류가 발견돼 시험 중단한 후 수험생 전원을 귀가 조치했다. 3교시인 종합신용평가 과목에서는 문제지와 함께 분석기업의 재무제표 등이 담긴 자료집을 배포하는데, 문제지와 전혀 관련 없는 자료집이 배포됐기 때문이다. 실제 3교시 시작 직후 고사장 곳곳에서 이의제기가 빗발쳤지만 고사당국은 30분 넘게 수험생에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연수원은 시험 당일 오후 수험생에게 불이익이 없게 하겠다는 내용의 사과문과 공지를 냈지만 재시험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수험생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신용분석사 시험의 경우 전국 5개 고사장에서만 진행돼 코로나19를 감수하고 이동하는 데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코로나로 연기돼 온 공채들이 속속 재개되고 있어 재시험과 공채 일정이 겹치게 될 경우 부득이하게 시험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13일 신용분석사 시험과 기업은행, 한국전력의 공채 일정이 겹쳐 일부 수험생들은 공채를 포기하고 시험에 응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에서 서울 고사장으로 신용분석사 응시를 하러 온 수험생 A 씨는 온라인커뮤니티에 “코로나에도 제주에서 서울까지 시험을 보러왔는데 출제 오류로 시험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험생 B 씨는 “금융연수원에서 매회 3,000명이 응시하는 시험의 검수를 제대로 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는데 불이익은 수험생이 안게 생겼다”며 “이번 신용분석사 시험에 차질이 생기면 향후 공채 등에도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채용시장이 얼어붙었는데 자격증 취득도 문제가 생겨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신용분석사 시험은 수험생 뿐만 아니라 현직 금융권 종사자 응시율도 높다. 취업준비생의 경우 금융사 취업 시 가산점 혜택을 받을 수 있고, 현직 금융인의 경우 승진 가산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분석사 시험은 기업에 대한 회계와 비회계자료 분석을 통해 종합적인 신용상황을 판단하고 신용등급 결정하는 등 기업 신용평가 업무를 담당하는 자격을 주는 국가공인 자격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