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이 와중에 종전선언? 핵 이고 살아가자는 건가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의원 173명이 15일 6·15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한반도 종전(終戰)선언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결의안은 남북한과 미국·중국의 6·25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논의 시작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사실 남북 정상은 2018년 4·27판문점선언에서 ‘연내 종전선언’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는 한반도 비핵화, 즉 북한의 핵 폐기를 전제로 한 것이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이 핵 폐기 의지를 보이지 않아 종전선언이 성사되지 못했다. 북한이 비핵화 로드맵도 제시하지 않는데 우리만 종전선언을 할 수는 없다. 게다가 북한이 10여일간 대남 강경발언을 쏟아내며 ‘군사적 행동’까지 운운하는 시기에 굳이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김정은 정권은 이날도 노동신문을 통해 “끝장을 볼 때까지 연속 보복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종전을 선언할 경우 안보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미군과 유엔군의 한국 주둔에 대한 존립근거가 상실돼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한미동맹 균열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안 그래도 한미 간 방위비 분담이 타결되지 않는 가운데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을 시사하는 예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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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도 추진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남북) 합의들이 국회에서 비준되고 정권에 따라 부침 없이 연속성을 가졌다면 남북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발전됐을 것”이라며 판문점선언 비준과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하지만 북한이 핵을 폐기하지 않고 무력도발을 위협하는데 우리만 사실상 무장해제를 초래하는 선언을 하자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북핵 폐기 없이 종전선언을 하게 된다면 결국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주는 셈이다. 한반도에서 핵을 이고 살아가는 것은 결코 평화체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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