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제1야당의 불참 속에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한 것은 1967년 이후 53년 만이다. 야당은 “상임위원의 일방 배정은 헌정 사상 처음”이라고 반발했다. 과거 독재정권 때는 여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했으나 1988년 13대 국회 이후에는 여야가 의석 수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배분했다. 대체로 16대 국회 이후에는 법사위원장이 야당 몫이라는 관행이 정착됐다. 여당은 이번에 ‘일하는 국회’를 명분으로 법사위까지 장악해 야당의 견제 기능을 무력화했다. 모든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안은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되기 때문에 야당 소속 법사위원장은 여당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었다. 여당이 4·15총선에서 의석 수를 좀 더 얻었다고 21대 국회 시작부터 힘으로 밀어붙이면 협치는 물 건너가게 된다.
지금은 코로나19와 북한의 ‘군사행동’ 위협으로 다층위기가 진행되는 엄중한 시기다. 이럴 때일수록 여야가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챙기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여당이 이처럼 폭주하라고 국민들이 총선 때 표를 몰아준 게 아니다. 거대 여당이 먼저 양보해 의회민주주의의 관행을 지켜나가야 한다. 여당은 일방통행식 국회 운영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소수 야당의 목소리도 경청해야 한다. 야당의 견제 기능을 인정하고 협치를 실천해야 국민을 통합시키면서 ‘위기의 터널’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