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원이 15일(현지시간)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해고될 수 없다며 개인의 성적 성향에 의한 고용 차별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미 언론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민권법 제7조가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에게도 적용되는지에 대한 재판에서 이들이 민권법의 보호를 받는다고 판결했다.
주심인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대법관을 포함해 존 로버츠 대법원장 등 대법관 6명이 찬성 입장을 밝혔으며 3명은 반대 의견을 냈다. 고서치 대법관은 “답은 분명하다. 동성애자 또는 트렌스젠더임을 이유로 개인을 해고하는 고용주는 다른 성별의 직원들에게는 묻지 않았을 특성이나 행위를 이유로 그 사람을 해고한다”며 성별이 그러한 결정 과정에서 역할을 하는 것은 “정확히 민권법 제7조가 금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브랫 캐버노, 새뮤얼 앨리토, 클래런스 토머스 등 3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은 “성별로 인한 차별의 개념은 성적 성향이나 성 정체성으로 인한 차별과 다르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번 소송은 동성애자 남성 2명과 트랜스젠더 여성 1명이 실직 후 성적 성향을 이유로 해고돼 차별을 당했다며 제기한 것이다. 1964년 제정된 민권법은 인종과 피부색, 국적과 종교뿐만 아니라 성별에 근거해 고용주가 직원을 차별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1955년 흑인 여성 로사 파크스가 버스에서 백인에게 자리 양보를 거부했다 체포된 사건을 계기로 흑백 차별을 없애자는 민권 운동이 벌어졌으며 이후 민권법이 제정됐다.
AP통신은 “대법원은 민권법이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를 고용 차별로부터 보호한다는 판결을 내렸다”며 “이는 보수적인 법원으로부터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권리에 대한 압도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AP는 대부분의 주가 직장 내 차별로부터 성 소수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며 “이 결과는 전국적으로 약 810만명의 LGBT 근로자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UCLA 로스쿨에 따르면 미국에는 약 1,130만명의 LGBT 성 소수자가 있다.
로이터통신도 이번 판결은 “LGBT 권리를 위한 분수령이 되는 승리”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 소송에서 성 소수자들의 입장에 반대했지만, 이번 판결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고서치 대법관이 썼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AP는 “이번 사건은 동성애자 권리를 옹호하는 목소리를 냈고 2015년 미 전역에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획기적 판결을 내놓았던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이 퇴임하고 캐버노 대법관으로 바뀐 후 대법원이 처음으로 LGBT 권리에 대해 판결한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