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항의 시위대로부터 ‘인종주의자’라는 비난을 받으며 동상까지 훼손됐던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사진이 구글에서 일시적으로 사라졌다.
15일(현지시간) BBC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전날 트위터 등 SNS에는 처칠 사진이 구글에서 검색되지 않는다는 글이 잇따라 등장했다. 영국 총리 또는 2차 세계대전 지도자 이름을 입력했을 때 다른 정치인들은 모두 사진이 나타나는데 유독 처칠의 사진만 검은색 바탕에 회색 실루엣으로 처리된 채 여러 시간 방치돼 있었다는 것이다. 때마침 영국에서는 처칠 동상 훼손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는 상황. 구글이 이미지를 검열하고 있다는 우려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한 네티즌은 “나치를 물리치는 데 공을 세운 처칠이 ‘인종주의자’라는 이유로 사라진 반면 거대한 살인자 히틀러와 스탈린은 멀쩡히 사진이 내걸렸다. 무서운 시대다”고 비판했다.
올리버 다우든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 장관까지 나서는 등 논란이 커지자 구글이 다급히 해명을 내놓았다. 기존에 검색됐던 처칠의 사진이 너무 젊은 모습이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이에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구글 측은 “보통은 사진 업데이트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며 “이번에는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해 새로운 이미지를 올리지 못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처칠의 사진은 현재 정상적으로 검색되고 있다.
사라진 사진은 헤프닝으로 밝혀졌지만 처칠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는 런던 웨스트민스터궁 앞 의회광장에 세워진 그의 동상을 훼손한 후 지속적으로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제국주의 시절 그가 영 연방의 식민주의를 지키기 위해 인도 등에서 인종차별을 일삼고 식민지 침탈을 정당화했다는 것이 이유다.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처칠의 열렬한 지지자로 알려진 보리스 존슨 총리는 동상 철거에 반대하면서 “영국의 역사를 포토샵(조작) 하려 하지 말라”며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역사적인 인물들을 제거하려 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