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원 구성을 둘러싸고 파행하면서 오는 7월15일 출범 예정이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도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설립준비단도 직원들의 근무 계약기간을 한 차례 연장하기로 하는 등 설립 지연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의 대상인 초대 공수처장은 판사 출신 여성 법조인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설립준비단은 다음달 말일까지 계약돼 있던 직원 25명의 계약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공수처 준비단에는 법무부·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법제처 등에서 파견 나온 단원 25명이 근무 중이며 법무부가 파견한 검사 2명도 포함돼 있다. 준비단은 8월 말일까지 계약기간을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준비단 측은 직원들의 근무기간 연장을 확정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지난 2월10일 출범한 공수처 준비단은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남기명 준비단장의 지휘 아래 자문위원회와 운영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다.
준비단은 국회에서 공수처 관련 절차들이 원래 일정대로 진행되기 어렵다고 보고 운영기간을 연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준비단은 공수처장이 임명될 때까지 공수처의 운영규칙과 대통령령 등 후속 법령을 마련하고 조직과 예산 등을 준비한다. 그러나 국회에 공수처 관련 후속 법안이 마련돼 있는데다 지금 상황에서는 야당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15일 법사위원장 자리를 여당이 가져가면서 여야 대치상태가 이어지고 국회가 상당기간 공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은 공수처장 추천위원 7명 중 자신들의 몫인 2명의 후보를 추천해야 하지만 제때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수처 관련 후속법안 발의안이 여당 단독으로 법사위를 통과할 것으로 보여 여야 갈등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법안은 추천위 구성이 지연되거나 인사청문보고서 제출이 늦어질 경우 국회의장과 대통령이 각각 위원 추천을 요청하고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해 야당을 압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초대 공수처장은 다시 판사 출신의 여성 법조인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추천위원 몫을 1명 가진 대한변협은 최근 판사 출신 여성 법조인들 가운데 후보를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여야가 누구를 추천하든 서로 시비를 걸 것이라 제3자인 대한변협에서 추천하는 후보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영란(64·사법연수원 11기) 전 대법관과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58·16기)이 하마평에 올랐다가 수그러들었다. 김 전 대법관은 공수처장 정년이 65세라 임명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이 전 권한대행은 자신이 직접 고사한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이광범(61·13기) LKB파트너스 대표변호사가 거론되고 있지만 친여권 인사로 분류돼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임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