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게 수도권 청약 당첨은 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청무피사(청약은 무슨 웃돈 주고 사)’라는 말이 무겁게 다가옵니다.” (30대 네티즌)
“40대 이상 기성세대는 무주택자로 살아온 기간이 긴데 청약에서 먼저 기회를 주지 않는 게 맞지 않나요.” (40대 네티즌)
분양가 통제로 ‘로또 청약’이 쏟아지는 가운데 30대와 기성세대는 물론 무주택자와 유주택자, 서울과 경기·인천 거주자, 조합원과 예비 청약자 등 다양한 계층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당첨만 되면 인생 역전의 꿈’을 이룰 수 있다 보니 서로 한 치의 양보도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카카오톡 등 각종 메신저를 통한 청약 전략 컨설팅 서비스까지 속속 등장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본격 시행 등 로또 청약이 더 쏟아지면 로또 분양을 놓고 사회적 갈등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를 넘어선 ‘30대와 기성세대 갈등’=정부가 대다수 물량을 가점제로 공급하도록 하면서 청약 전선에서 밀린 30대와 대책의 수혜를 입는 40대 이상 무주택 세대주 간의 갈등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전용 85㎡ 이하 100%, 전용 85㎡ 초과 50%를 가점제로 공급하도록 하고 있다. 부동산 카페 등에서는 “40대가 다 가져간다” “우리는 영영 무주택 서민으로 살라는 거냐” 등 30대의 분노가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40대 이상 무주택 청약자들은 “무주택 기간이 길수록 우대받는 것이 맞다” “30대는 더 고생해야 한다” 등 30대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30대는 임대주택에 살아라” 등 극단적인 글도 발견할 수 있다.
기존 무주택 세대주 간에도 갈등은 깊다. 강남 로또 단지의 경우 현금부자가 아니고서는 청약을 할 수 없다. 한 네티즌은 “강남에 사는 고가 전세 무주택 현금부자들은 다 세무조사를 해야 한다”며 “내가 아는 부자 친구도 로또 청약을 위해 일부러 강남에 고가 전세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무주택자와 1주택자 간 갈등도 예사롭지 않다. 1주택자의 경우 사실상 당첨이 불가능하다. 한 1주택자는 “젊을 적 무리해서 산 빌라 하나가 청약도 못하게 발목을 잡는다”며 “빚내서 집 산 게 죄”라고 격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무주택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재건축 개발이익처럼, 청약이익도 환수하라=신혼부부 특별공급을 놓고 갈등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정한 기준에 포함되는 그룹과 그렇지 못한 집단 간의 차이다. 신혼 특공을 위해서는 혼인 기간 7년 이내로 일정 소득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결혼 6년 차를 맞은 한 부부는 “이럴 줄 알았더라면 혼인신고를 최대한 늦출 걸 그랬다”며 후회하기도 했다. 이들은 청와대 등에 민원을 올리며 기준 완화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 반면 기준을 충족한 신혼부부들은 규제 완화는 어불성설이라며 맞서고 있다.
서울과 경기·인천 지역 거주자 간 청약 자격에서 차별을 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용산 정비창 부지 개발 계획을 밝히자 한 청원인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가점 산정 시 지역 거주 기간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장전입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지만 이를 반영할 시 서울 청약에 경기와 인천 거주자는 소외된다. 반면 서울 등 주요 지역 전셋값이 비싸 어쩔 수 없이 경기도에 사는데 청약 기회조차 박탈당할 수 없다며 반발도 거세다.
정비사업 조합원과 예비 청약자들 또한 서로 핏대를 높이고 있다. 조합원들은 정부의 분양가 통제로 엄청난 추가 분담금을 물게 됐다며 분개하고 있다. 한 예로 둔촌주공 조합원들은 “정부가 청약자에게는 로또를 주고 우리에게는 분담금 폭탄을 주고 있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반대로 예비 청약자들은 둔촌주공 일반 분양가를 더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비사업 조합원들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처럼 청약 이익도 환수해야 한다며 민원을 넣는 등 집단행동을 하고 있다. 서 학회장은 “정부가 로또 단지가 계속 쏟아질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첨되지 못하거나 당첨이 어려운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면서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지는 양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권혁준·양지윤기자 awlkw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