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의회독재, 목줄 끌려가지 않겠다" 상임위 전원 사임에도 '묘수' 없는 통합당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등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과에 ‘국회의장의 일방적 상임위원 강제배정에 따른 상임위원회 위원 사임계’를 제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유상범, 홍석준, 조태용 의원. /연합뉴스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등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과에 ‘국회의장의 일방적 상임위원 강제배정에 따른 상임위원회 위원 사임계’를 제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유상범, 홍석준, 조태용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77석이라는 의석을 기반으로 15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법제사법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마친 가운데 박병석 국회의장은 미래통합당 소속 의원들을 6개 상임위원회에 직권으로 배분했다.

박 의장에 의해 상임위에 강제배정된 통합당 의원 45명은 이에 강력 반발하면서 16일 박 의장을 찾아 상임위원 철회를 요청한 뒤 국회에 사임계를 제출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여당의 단독 상임위 선출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겠다며 대표직 사의를 표명한 뒤 나머지 의원들도 사임계를 제출하면서 국회의 파행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유상범, 조태용 등 통합당 의원 45명은 이날 오전 국회 의사과를 방문해 사임계를 제출했다. 김 수석은 “박 의장의 일방적 상임위원 강제 임의 배정은 당 차원에서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이에 법적 근거 없이 진행된 개별 의원의 상임위원 보임을 일괄 사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수석은 이날 박 의장에게 상임위 선출 취소를 요청한 뒤 기자들을 만나 “헌정사상 유례없는 의회폭거를 진행한, 국회를 식물국회로 만든 박 의장과 더불어민주당에 강력하게 항의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박 의장은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야가 다투는 것이 과연 국민의 눈에 문젯거리가 되겠다고 생각하는가. 어제 최소한의 상임위원장을 선임한 것”이라며 상임위 직권 배정이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국회의장이 야당 의원들의 상임위를 강제로 배정한 것은 1967년 7대 국회 이후 53년만이다. 박 의장은 통합당이 국회 본회의에 불참했을 뿐 아니라 소속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안을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임위에 직권으로 배분했다고 설명했지만 통합당 의원들은 이를 ‘거대여당의 폭주’, ‘의회독재’라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첫 전체회의에 상임위 강제 배정에 항의하는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해 좌석들이 비어있다. /연합뉴스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첫 전체회의에 상임위 강제 배정에 항의하는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해 좌석들이 비어있다. /연합뉴스


통합당은 지난 국회 때 벌인 장외투쟁은 고려하지 않는다면서도, ‘보이콧’, ‘여론 읍소’ 등의 방안으로 여당에 맞서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조해진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에서 “(통합당) 103명 국회의원들이 허수아비 노릇은 하지 않을 것이다. 목줄에 채워져서 질질 끌려다니는 그런 신세로 머물지 않을 것”이라며 “여당이 나라를 퇴행시키는 법안이나 각종 조치들을 마구 쏟아내고 통과시킬 때 우리가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무기력한 존재로 남아있지 않을 것이며, 103명의 의석과 41%의 국민들의 뜻을 반영하는 데 몸을 던져서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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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에는 예정에 없던 비상대책위원회 긴급회의도 열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야당의 의사를 무시한 채 일방적인 다수의 힘으로 개원을 하더니 어제(15일)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기이한 방법으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며 “거대 여당이 됐다고 민주주의의 기본을 망각하는 현상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이런 민주주의 의회의 실상을 다른 나라에서 뭐라고 평가하겠느냐”며 “일부 상임위 구성은 민주주의 국가에 걸맞지 않는 방식이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통합당에게 보이콧이나 여론전 외에 특별히 내세울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장외투쟁은 논외로 두기로 한 만큼 투쟁 방법이 마땅치 않고, 상임위 사임계를 제출해 국회에서 당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쉽지 않다.

거대여당에 비해 의석이 부족하고,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내 준 만큼 앞으로 여당을 견제할 근본적 방법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보이콧 이후 통합당이 마지못해 국회로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21대 국회 첫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해 15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의사진행발언을 마친 뒤 통합당 의원들의 빈자리 옆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21대 국회 첫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해 15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의사진행발언을 마친 뒤 통합당 의원들의 빈자리 옆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조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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