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위로, 그리고 로맨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들이 지닌 공통 소재다. 그러나 음식이 지닌 다채로운 맛 만큼 드라마는 고유의 맛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예능에 즐비한 ‘먹방(먹는 방송)’, ‘쿡방(요리하는 방송)’ 콘텐츠가 드라마의 소재로 활용된 것은 꽤 오래됐다. 음식은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드는 동시에 시청자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재료로 자주 쓰였다. 조선시대 수라간(임금 진지를 짓던 방)을 배경으로 한 ‘대장금’부터 파티시에와 바리스타·셰프 등의 직업을 새롭게 조명한 ‘내이름은 김삼순’, ‘커피프린스 1호점’, ‘파스타’, SBS ‘식객’, KBS2 ‘제빵왕 김탁구’까지 음식이 가미된 드라마들은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1인 가구 먹방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tvN ‘식샤를 합시다’와 같은 먹방 드라마도 시즌별로 제작됐다. ‘식샤를 합시다’는 특별한 맛과 사연으로 1인 가구의 음식 라이프를 대변하며 혼밥(혼자 먹는 밥 또는 그런 행위)하는 이들의 공감대를 샀다. 그러나 음식을 소재로 한 최근 드라마인 MBC ‘저녁 같이 드실래요’나 JTBC ‘쌍갑포차’, ‘야식남녀’에 대한 시청자 반응은 뜨뜨미지근하다.
지난 달 25일 첫 신호탄을 쏘아올린 MBC 월화드라마 ‘저녁 같이 드실래요?’는 방영 전부터 음식 심리치료라는 다소 차별화된 소재, 송승헌·서지혜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다. 송승헌은 극 중 음식심리치료로 유명한 정신과 의사 김해경을 맡아 심리학 이론에 근거한 음식과 연애의 상관관계를 밝히며,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것으로 보였다. 또한 서지혜와 디너메이트로 식사를 함께 하며 로맨스에 불을 지필 것을 예고했다.
그러나 ‘푸드테라피’에 근거한 각종 음식의 효능이 쏟아지고, 음식이 두 사람을 운명으로 맺어주는 매개 역할을 함에도 드라마는 기대만큼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남녀 주인공들의 인연을 가장한 우연이 남발하고, 로맨스 극대화에 사용되는 진부한 ‘첫사랑’들이 각각 등장하면서 음식과 먹방까지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지 못하고 있다. 4.8%, 6.1%(닐슨코리아/전국)로 출발한 시청률은 3%대로 떨어졌다.
JTBC 월화드라마 ‘야식남녀’ 역시 고전 중이다. ‘야식남녀’는 침샘을 자극하는 쿡방, 먹방과 ‘게이’라는 소재를 더한 이색적인 로맨스로 화제가 됐다. KBS2 예능 프로 ‘편스토랑’에서 요섹남으로 거듭난 정일우는 극에서 야식 힐링 셰프 박진성을, 5년 만의 국내 활동에 나선 카라 출신 강지영은 방송사 예능 PD, ‘부부의 세계’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 김학주는 잘나가는 천재 디자이너 강태완으로 변신했다.
‘야식남녀’는 음식과 먹방이 주가 되기에 실제 정일우는 중식의 대가 이연복 셰프, 유명 다이닝에서 근무하는 장진모 셰프 등에게 요리를 배우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으나 0%대로 반향을 일으키는데 실패했다. 다소 예측 가능한 삼각 관계, 게이라는 소재도 로맨스 구도에 차별성을 불러오지 못해 초반에 음식에 집중했던 연출이 그리워질 정도다.
로맨스보다 포차 음식과 꿈, 카운슬링에 초점을 둔 JTBC ‘쌍갑포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쌍갑포차’는 저승도, 이승도 아닌 ‘그승’에 머무는 꿈 속 고민해결사 월주(황정음)와 귀반장(최원영)이 포장마차 손님들의 한을 풀어준다는 내용이다. 드라마는 손님들의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 신묘한 술 ‘쌍갑주’부터 돼지 숯불구이, 간고등어 석쇠구이 등 다양한 포장마차 안주들을 제공하며 시청자들까지 군침을 삼키게 만들었다.
매회 손님들 사연에 따라 달라지는 ‘쌍갑포차’ 속 대표 안주들은 야식 유혹을 불러일으키게 했으나 거기까지였다. 드라마는 초반부부터 극적 재미를 높이는데 실패했고, 주인공의 전생 서사나 악귀 등장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졌으나 이야기 구성상 적재적소에 배치되지 않았다. 또한 웹툰 원작 특유의 B급 감성이 잘 드러내지 못했다. 지난 방송에서 ‘쌍갑포차’는 시청률 2.9%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