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096770)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삼성SDI(006400)의 점유율을 넘어섰다. 헝가리와 중국 등에서 전기차 배터리 증설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3.5%를 기록했다.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삼성SDI(3.4%)를 추월한 것이다. 지난해 같은 달에는 삼성SDI가 3.5%의 점유율로 SK이노베이션(2.1%)을 1.4%포인트 앞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삼성SDI 주 고객사의 판매가 부진했던 점이 영향을 미쳤다.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대비 41.1% 감소한 반면 SK이노베이션의 감소율은 2%에 그쳤다.
SK이노베이션이 최근 몇 년 간 전기차 배터리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결과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 초 헝가리 코마롬과 중국 창저우에 각각 연산 7.5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완공하고 전체 생산능력을 연 19.7GWh까지 확대했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기차 탑재량으로 통계를 집계하는 만큼 SK이노베이션의 증설이 점유율에 반영되는 데 시간이 걸린 것”이라며 “삼성SDI가 투자에 보수적인 데 비해 SK이노베이션은 증설과 수율 개선을 빠르게 진행 중이라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코로나19에서 먼저 회복된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추가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이 중국 창저우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가 중국 베이징자동차 프리미엄 브랜드 ‘아크폭스’에 탑재되기 때문이다. 아크폭스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알파-T’는 현지에서 양호한 주문량을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전체 순위는 CATL(34.9%), LG화학(051910)(18.2%), 파나소닉(13.4%), BYD(10.2%), SK이노베이션, 삼성SDI 순이었다. LG화학은 테슬라 ‘모델3’ 판매 호조 등의 영향으로 10위권 업체 중 홀로 6.9% 성장했다.
1~4월 누적 기준으로는 LG화학이 25.5%로 1위를 유지했고 삼성SDI는 5.6%로 5위, SK이노베이션은 4.2%로 7위에 올랐다. 파나소닉은 22.9%로 2위, CATL은 21.0%로 3위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