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소추위원 대리인 대표로 활동했던 황정근 변호사가 15일 대법원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소부(小部)에서 전원합의체로 넘긴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선거법 전문가로 알려진 황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선 목적 허위사실공표죄의 법리-이재명 경기지사 선거법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이유는 무엇일까’란 제목을 통해 장문의 근거를 제시해 주목된다.
그는 “법정증언에서 위증 여부는 주신문, 반대신문 및 보충신문 등의 전체를 보고 판단하는 것과 유사하게, 방송토론회의 경우도 상대 후보자의 면전에서 즉시 반론 및 해명, 보충질문의 기회가 부여되므로 검증을 위한 의혹제기나 주장 및 이에 대한 방어는 당연히 예정된 것으로서, 헌법상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의하여 두텁게 보호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송토론회에서의 발언에 대한 허위사실공표죄의 적용은 가급적 제한되어야 한다”며 “근래 법원이 당선목적 허위사실공표죄에 대해 엄격한 법 해석을 하고, 유죄라고 하더라도 당선무효형을 선고하지 않는 경향은 이러한 헌법적 문제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황 변호사는 “대법원이 이재명 경기지사 선거법 사건에서 고심 끝에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것은 이러한 상황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기회에 대법원이 허위사실공표에 대한 법리를 좀 더 세밀하게 선언해 주십사 당부 드린다”고 덧붙였다.
황 변호사는 우선 허위사실에 대한 기존 대법원판례를 대법원이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대법원 판례는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에서 말하는 허위의 사실이라 함은 진실에 부합하지 않은 사항으로서 선거인으로 하여금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가진 것이면 충분하지만, 공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04. 2. 26. 선고 99도5190 판결 등).
또 어떤 표현이 허위사실을 표명한 것인지 여부는 일반 선거인이 그 표현을 접하는 통상의 방법을 전제로 하여 그 표현의 전체적인 취지, 객관적 내용,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문구의 연결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표현이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도8947 판결 등)고 적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황 변호사는 “사실을 지나치게 부풀려 공표함으로써 전체적으로 보아 허위사실과 다를 바 없고 선거인으로 하여금 사실의 존재 여부 또는 사실의 본질적 사항에 관하여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비로소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선거인으로 하여금 사실의 존재 여부 또는 사실의 본질적 사항에 관하여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는지는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일반 선거인이 당해 공표를 받아들이는 전체적이고 결과적인 느낌과 인상을 기준으로 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결국 공표한 사실이 허위사실인지는 공표한 사실이 중요한 부분에서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지 여부(기존 대법원판결의 입장) 내지 사실을 지나치게 부풀려 공표한 것으로서 사실의 존재 여부 또는 사실의 본질적 사항에 관하여 선거인으로 하여금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황 변호사는 방송토론회의 특수성과 허위사실 공표의 법리도 대법원이 더 발전해야 할 법리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다른 선거운동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공직선거 후보자 합동토론회에 임하는 후보자는 자신에 관한 것이거나 다른 후보자에 관한 것이거나를 막론하고 모두 진실에 부합하는 주장만을 제시하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다른 후보자에게 질의하거나 다른 후보자의 질의에 답변함에 있어 분명하고도 정확한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선거인이 각 후보자의 자질, 식견 및 견해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미리 준비한 자료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연설의 경우와는 달리 후보자 사이에서 주장과 반론, 질의와 대답에 의한 공방이 즉흥적·계속적으로 이루어지는 합동토론회의 특성으로 인하여 위와 같은 표현의 명확성에는 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후보자가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후보자의 견해나 발언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보아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다른 후보자의 견해나 발언의 의미를 해석하고 이에 대하여 비판하거나 질의하는 행위는, 후보자의 주장이나 질의에 대하여 다른 후보자가 즉시 반론이나 답변을 통하여 자신의 입장을 밝힐 기회가 주어지는 합동토론회의 특성을 고려해 볼 때,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공표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행하는 허위사실 적시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후보자가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거나 상대방에게 질의하는 과정에서 한 표현이,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 아닌 이상, 일부 부정확 또는 다소 과장되었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대법원 2007. 7. 13. 선고 2007도2879 판결 등)고 판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황 변호사는 대법원이 더 발전시켜야 할 법리로 “방송토론회의 상호토론 과정에서 한 발언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가 되는지 여부는 그 발언의 단편적 문구에 구애받지 아니하고 당해 발언의 배경, 발언 경위, 토론의 경과, 발언 전후의 정황 및 당해 발언을 둘러싼 질의와 해명 등 상호토론의 전 과정을 일체로 파악하여 판단해야 한다. 여기서 의혹 제기에 대한 답변이나 반박이 일부 부정확 또는 다소 과장되었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경우에도, 합동토론회의 특성이 달라진다고 보기 어렵고, 상대방은 답변에 기초하여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질문을 통하여 다의성을 구체화하거나 부정확성을 해소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마찬가지로 그 표현이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평가할 정도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이재명 경기도지사 제1심 무죄 판결)”라고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다.
이밖에 황 변호사는 허위사실에 대한 주관적 인식에 대한 법리도 꼬집었다.
기존 대법원판례를 보면 “허위사실공표죄에서는 공표된 사실이 허위라는 것이 구성요건의 내용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에 행위자의 고의의 내용으로서 그 사항이 허위라는 것의 인식이 필요하고, 이러한 주관적 인식의 유무는 그 성질상 외부에서 이를 알거나 입증하기 어려운 이상 공표 사실의 내용과 구체성, 소명자료의 존재 및 내용, 피고인이 밝히는 사실의 출처 및 인지경위 등을 토대로 피고인의 학력, 경력, 사회적 지위, 공표 경위, 시점 및 그로 말미암아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파급효과 등 제반 사정을 모두 종합하여 규범적으로 이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5. 7. 22. 선고 2005도2627 판결 등)”고 판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황 변호사는 “방송토론회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다는 점에 대한 범의가 인정되는지는, 방송토론회 과정에서 피고인의 해명성 답변 발언의 일부 문구가 다소 과장되었거나 일부 부정확한 것으로 보일 소지가 조금이라도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 후보의 음해성 공격적 질의와 공세적 의혹 제기의 정치적 의도와 전체적인 취지, 일련의 선거 과정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당해 사안의 내용, 당해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과 정황, 그 발언의 경위와 토론회의 전체적인 분위기, 같은 쟁점에 대하여 입장표명이나 다른 토론회 등에서 피고인이 발언해온 일관된 입장과 내용, 피고인의 답변 발언이 상대방의 공격적 질의와 정치적 의도와 의미에 대해 어느 정도 합리적으로 해석·이해하고 그에 대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반박하고 해명한 것인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소백 대표변호사인 황 변호사는 제25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서울민사지법(현 서울중앙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대법원 재판연구관 부장판사 등을 지내고 법원을 떠나 김&장법률사무소 등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한편 이 지사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토론회 등에서 ‘친형을 강제입원 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이 지사가 친형을 강제입원시키려 시도한 적은 있다고 봤지만,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는 아니라고 판단해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 지사가 공무원들을 움직여 친형을 정신병원에 입원하도록 시도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적법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은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하면서도 선거방송 토론회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는 유죄로 보고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항소심이 끝나고 상고 된 지 9개월이 지났다. 지난해 9월 대법원 제2부에 배당돼 11월 법리검토에 들어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