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꿈주택 골목길이 들어서면서 완전히 새로운 동네가 됐어요. 어둡고 칙칙했던 골목이 화사한 산책로로 탈바꿈했으니까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밤에도 걱정없이 뛰어놀 수 있다는 게 제일 뿌듯합니다.”
16일 서울 성북구 장위동 성북우리키움센터에서 만난 송민경 센터장은 “가꿈주택 골목길이 생기기 전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동네 분위기가 변했다”며 “아이들의 표정이 달라진 것을 볼 때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방과후 아이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성북우리키움센터는 지난 2017년 1월 들어섰지만 개관 초기에는 이를 맡기려는 학부모가 많지 않았다. 서울 주요 도심에 비해 낙후된 지역인 탓에 인근에 아파트가 없고 다세대주택이 많다는 게 이유였다. 변화는 같은해 12월 서울시가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제1호 가꿈주택 골목길을 조성하면서 찾아왔다. 송 센터장은 “처음 센터가 개관했을 때 전체 학생이 10명에 불과해 걱정이 많았는데 가꿈주택 골목길이 만들어지고 동네 분위기가 바뀌자 지금은 29명으로 늘었다”며 “센터 앞에 조그만 놀이터도 생기고 연주황색 담장까지 들어서며 주변 환경이 개선된 덕분에 지금은 대기인원만 18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장위동 가꿈주택 골목길에는 42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됐다. 공사기간은 7개월에 불과했다. 적은 예산을 투입해 최대의 효용을 이끌어내는 도시재생사업의 위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마을을 완전히 바꾸는 대신 지역주민과의 협업을 통해 담장을 낮추고 보도블록을 포장하는 노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우범지역으로 불렸던 이곳에 가로등이 새로 설치되고 방범용 폐쇄회로(CC)TV까지 들어서면서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다.
침체된 마을이 살아나자 주민사회에도 활력이 생겼다. 지난 2015년 도시재생사업을 앞두고 문을 연 마을재생학교에는 지금까지 주민 2,055명이 참여해 176회의 수업을 진행했다. 가꿈주택 골목길을 탐방하려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문의가 늘면서 마을해설사 9명도 새로 채용했다. 도시재생사업이 지역사회 상생과 협력을 이끄는 하나의 콘텐츠로 부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주헌 장위도시재생센터장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기존 마을을 허물고 새로 짓는 것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도시의 영속성과 잠재력을 포기해야 한다”며 “주민 의견을 모아 기존 마을을 새로 가꾸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도시재생사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도 도시재생사업을 통한 변화를 실질적으로 체감하고 있다. 옛 경로당 자리에 들어선 청년문화허브 ‘신촌 파랑고래’가 대표적이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에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는 이 건물은 신촌 도시재생사업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취객과 노숙인에게 자리를 뺏겼던 창천문화공원에 지난해 5월 신촌 파랑고래가 개관하면서 침체된 지역상권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개관에 이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경로당을 허물어야 했기에 주민 불만이 거셌지만 90여차례에 이르는 주민간담회를 통해 소통과 토론이 이어졌고 이를 통해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새로운 문화시설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낳았다. 젊은 세대가 주로 찾는 상업지역이지만 정작 제대로 된 문화시설이 없다는 것에 모두가 수긍했다.
청년 창업가 육성을 기치로 내건 ‘청년창업꿈터’도 신촌 도시재생사업의 대표 작품이다. 오래된 숙박시설을 재단장한 청년창업꿈터는 청년창업의 대안을 제시하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는 대학생들에게 주거와 업무를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청년창업꿈터의 최대 경쟁력이다.
현재 문화예술·바이오·정보기술 등 20여개 청년창업기업이 입주해 연세대·서강대·이화여대·홍대 등 인근 대학과 활발한 산학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성과도 눈부시다. 지난 2017년 개관한 청년창업꿈터 1호점에 입점한 청년기업은 지난해 기준 매출 68억원과 투자유치 35억원을 이끌어냈다. 지식재산권도 50여건을 확보해 판교테크노밸리에 입주한 벤처기업에 버금가는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는 평가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삶의 터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주민이 서로 동네에 활력을 불어 넣고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이끄는 게 도시재생”이라며 “지방정부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꾸리는 게 아니라 계획부터 실행에 이르는 전 과정에 주민이 참여해 지역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는 지역맞춤형 사업이 ‘서울형 도시재생’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